[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화평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산업계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화평법 제정을 막지는 못했지만 실제 지침을 담고 있는 시행령만큼은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공개적으로 말하기에는 국민들의 기업정서가 좋지 않은 만큼 경제지를 필두로 한 親기업 언론이 대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국민 안전’이라는 대명제 앞에 화평법 제정을 대놓고 반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판단한 것인지 무역 분쟁 가능성을 들먹이며 겁을 주고 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미국·EU·스위스·일본·중국 등이 2011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세계 각국이 WTO에 제소할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은 특정무역현안(STC)으로 우리나라 화평법 제정과 관련해 관심과 우려를 표명하거나 하위법령에 관한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무역현안(STC)은 회원국들이 자국의 업계의견을 전달하면서 자유롭게 논의하는 자리이지 곧바로 WTO 제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WTO/TBT 협정에 따라 회원국들은 기술규정 및 표준의 채택·적용 시 수입물품에 대해 내국민 대우와 무차별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데 화평법은 보고·등록 등 모든 제도에 대해 국내에서 제조한 화학물질과 수입되는 화학물질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WTO 규정에 위반한 사항이 없다.

다시 말해 외국 기업에 적용되는 규제는 국내 기업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차별이라고 주장할만한 근거가 없다.

실제로 2007년 EU가 기존화학물질까지 등록대상을 확대하고 중국이 2010년 신화학물질환경관리법을 통해 모든 신규화학물질까지 대상을 확대할 당시에도 각국들은 WTO에 제소하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은 화학물질 관리제도를 우리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산업계는 대외경쟁력 운운하며 엄살 부리는 것이 안 통하자 이번에는 WTO 제소 운운하며 협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과연 환경부가 어떠한 내용의 시행령을 만들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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