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기자가 기억하는 최고의 정치개그는 30여년 전 살벌한 군사정권 치하에서 27세의 한 젊은 개그맨을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이라는 코너였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김형곤 씨는 ‘잘 돼야 할텐데’, ‘잘 될 턱이 있나’ 등의 수많은 유행어를 남겼으며 회장 밑의 이사들은 아부만 일삼았고 무능력한 처남은 시도 때도 없이 ‘밥 먹고 합시다’를 외치며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면서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처남은 아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형부에 해당하는 이에게 선물로 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가 도마에 올랐다.


정치적인 이유를 떠나 수십년 동안 국민의 재산인 국립공원을 이용해 수천억원을 벌면서도 환경보전기금 따위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 때문에 질타가 쏟아졌지만 환경부 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야당 의원이 민둥산으로 변한 현재의 권금성 사진을 보여주자 윤성규 장관은 “본래부터 돌산이 아니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야당 의원이 보여준 사진은 권금성의 생태계 파괴 현황을 조사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연구결과였다. 

그렇게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에 대한 질의가 계속되자 장관은 차관에게 답변을 미뤘다. 차관이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자세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환노위 야당 관계자는 “4대강에 이어 설악산 케이블카까지 차관이 총대를 멨다”고 표현했다.

국정감사 기간 내내 환경부는 손발이 안 맞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양양군의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장관은 가이드라인이 법령법규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십년 전 대통령이 ‘법’에도 없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이제 와서 케이블카를 철거하거나 환경보전기금을 내라고 압박할 수 있는 ‘법’도 없다. 회사의 경영권은 대통령의 사위를 거쳐 외손자에게 넘어갔고 설악산에는 새로운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됐다.

 

암울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독재와 무능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개그가 있었지만 장충체육관이 아닌 투표장에서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현재에는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었다”는 일갈이 무서워서인지 전전긍긍한다.

한국 정치개그의 한 획을 그은 고인은 갔지만 그가 남긴 유행어는 여전히 남아 귓가를 맴돈다. 철모르는 처남의 ‘밥’ 타령을 일삼는 처남에게 김형곤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저거 처남만 아니면 진작 잘랐는데…’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