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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급하다

허성호 | webmaster@hkbs.co.kr | 2008.04.09 00:00  
범죄자 얼굴과 이름가려- 사회환경이 재범 방조
발생지역 주민 무차별 DNA 채취- 인권문제 대두
76개 국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검거와 예방 기여


흉포하고 끔찍한 사회다. 요즘 연약한 여성과 우리의 고사리같은 자녀들이 하루가 무사한 게 다행이라고 여길 뿐이다. 국민 개개인과 그 가족들이 날뛰는 흉악범에 무방비 노출돼있어 그 예방과 특단의 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세기 인류가 문명과 문화의 질적 극치를 누리고 있는 반면에 삶의 질적 가치는 날로 역비례하고 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와 나라를 후손들에게 어떤 형태로 물려주게 될지 아무도 예측키 어렵다.

최근 해마다 존속살인, 연쇄 성폭행, 살인, 강도, 실종 등 습관성 충동에 의해 반복적이고 계속적으로 자행되는 범죄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인력으로 뒷수습하는 재래식 수사기법으로는 범죄의 예방과 수사의 속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76개 국가에서 시행중
최근에는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 흉포화 될 뿐 아니라 범행동기가 없는 연쇄범이 폭증해 국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범인 검거에도 많은 수사 인력에 비용과 장기간의 기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실례로 2004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이나 2006년 검거된 속칭 대전 발바리 연쇄 성폭행 사건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대전 발바리의 경우는 90여 회에 이르는 성폭행 범죄 기간 동안 유전자감식에 의해 동일범 소행이라는 것은 밝혀졌다. 하지만 용의자 지목의 단서가 없었던 경우로써 만약 유전자형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돼 있었다면 초기 범죄 실행기 1~2회에서 추가범죄가 원천적으로 방지됐을 것이라는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의 견해다.

따라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강력사건의 범인 검거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연쇄범을 초기에 검거해 추가 범죄를 막음으로써 범죄의 예방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법률적 제도가 절실한 시대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다 연쇄 성폭행 살인 등 천인공노할 반인륜적 범죄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가려주는 ‘엇배기 인권론’으로 이들의 재범을 방조하고 있는 사회환경에도 책임이 크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실제로 외국의 경우 현재 76개 국가에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제도를 채택 운영하고 있다. 1995년 최초로 영국을 필두로 미국 등 북미와 거의 모두의 유럽국가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도 싱가폴을 비롯 상당수 국가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도 시행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입력대상 범죄 및 피의자 포함여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이 제도를 가장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 영국은 모든 종류의 범죄에 대해 피의자 체포시점에서 DNA 샘플을 채취하고 있으며 2007년 현재 약 400만 명 이상의 자료가 입력돼 있다고 한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이 제도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유죄 확정자 뿐만 아니라 피의자의 샘플을 채취하고 있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 제도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약 12개 유형의 입력대상 범죄는 타 국가와 비교해 볼 때 포괄적 측면에서 중간정도의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 50% 검색 성공률
이 제도의 효과적 측면을 살펴보자.
400만 명의 범죄자 DNA 정보가 입력된 영국의 경우 평균 50%의 데이터검색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100건의 미제사건을 대상으로 검색시 50건 정도의 사건에서 용의자를 지목해 낸다는 의미다. 영국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로써 2007년 현재 4만 명의 범죄자 DNA 정보가 입력된 네덜란드의 경우 검색을 통해 1만2000여 건의 용의자 지목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를 막론하고 탁월한 범인 지목의 효과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제도가 강력히 정착 시행돼 온 영국은 최근 수년 내 해당 범죄발생이 매년 감소추세에 있는데 이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범죄예방효과로 보는 견해가 높다.

국내의 범죄자 유전자감식의 수준과 의존도의 현황은 어떤가. 줄기세포 조작사건,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 및 수차례의 대형참사와 신원확인 과정 등에서 확인된 국내의 유전자 감식 수준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여기에 범죄자 데이터베이스 제도가 시행되면 향후 범죄 수사의 혁신적 도구로써 자리매김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도 범죄수사에 있어서 유전자 감식의 활용도는 거의 ‘절대적’이라는 관계당국의 견해다. 현재 용의자가 없는 중요사건의 경우는 인근 주민이나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DNA 샘플을 채취해 비교하는 등 유전자 감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화성 여대생 살인사건 때 실제로 인근 주민 4700명의 DNA 샘플을 채취해 범인의 것과 비교한 것은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특정 혐의가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는 점과 특정인의 DNA 정보가 해당사건 비교에만 사용되지 않고 법률적 근거 없이 무작위 데이터베이스화 될 소지가 있다는 점은 범죄와 관련 없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또 다른 인권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계속 증가 발생되고 있는 매 중요사건마다 이런 대단위의 무차별 유전자감식 방법이 적용된다면 그 비용, 수사의 효율성, 감식 대상자 인권 등 또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법률로써 범죄자 DNA 정보를 체계적으로 구축 관리하는 제도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 일부 제기될 수 있는 인권침해 소지와 정보오남용의 우려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따르면 “DNA 정보는 해당인의 사진·지문 등과 같이 신원확인 정보에만 해당함으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검색은 신원확인의 일종으로써 처벌이나 검거행위가 아니라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시행국가 들의 판례의 요지라는 견해다.

인권침해 사례 보고된 바 없어
따라서 개인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요소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는 DNA 정보에는 신원확인의 용도로만 사용가능한 정보 외에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질병 등에 관련된 어떤 과학적 정보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그 자체가 매우 안전한 정보다.

특히 DNA 정보는 익명으로 수록되며 인적사항 데이터베이스와는 별도로 입력 관리된다. 여기에다 법안에서도 정보의 오남용에 대한 강력한 처벌행위도 규정돼 있어서 오남용 문제의 소지는 법률적으로 차단돼 있다고 할 것이다. 인권선진국을 자처하는 영국·미국 등에서도 이미 10년 이상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해 오는 동안 인권침해나 정보 오남용의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는 것은 이 제도의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라는 견해다.

이 제도와 관련해 현재 국회 법사위에 입법 계류중인 ‘유전자감식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2006년 8월 1일 국회에 상정돼 현재까지 국회 법사위에 입법 계류중이다. 법률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인권’이라는 전제 아래 연쇄 상습적인 살인과 강간 등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형사범의 얼굴을 언론에 가리고 이름을 덮어주는 행위는 숭고한 인간의 존엄성을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오남용’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미 범죄에 빼앗긴 생명과 가족에 대한 정신적 인권은 어떻게 회복시켜 줄 것인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써 21세기 세계화를 향해 풀고 가야할 시대적 숙제다. 몸과 인력으로 헤딩하는 우리의 경찰과 검찰을 향해 비난의 돌만 던질 것인가.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21세기 다인종·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최소의 비용으로 범인 검거율 제고와 예방으로 범죄수사 환경을 획기적으로 도약시켜 안전한 복지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채택돼야 할 필연의 수사기법과 형사정책으로 봐야 마땅할 것이다.
국회법사위의 진중한 고찰이 있기를 제언한다.

<허성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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