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설비 총량의 28.7%가 원자력 - 국가저력으로 평가돼”
“유치지역, 초기 3천억 지원 연 85억 반입수수료·사옥 이전까지”

지난 17일 오전 11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국전력과 한수원 및 분사들이 위치한 사옥 앞 도로변에 700여명의 주민 시위대가 방호벽을 친 경찰병력과 대치했다. 시위대 50여명이 전면에 설치된 굴절식 철제 방호문에 밧줄을 매고 줄을 당기자 불과 5분도 안돼 철제 방호문이 종이 찢겨지듯 떨어져 나갔다. 이들은 전남 영광원전으로부터 남쪽 해안으로 20여㎞ 떨어진 곳의 염산면 주민들로서 원전에서 바다로 유출되는 냉각수 배출로 인해 해양 수산업에 직간접적 손실을 주장하며 무조건적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 한수원 관계자는 “직간접적 영향권 내인접 지역 주민들에게는 2차에 걸쳐 정당한 지원과 보상이 이뤄졌으나 금번 염산면 주민들의 요구는 한계를 초월한 것”임을 강조했다.
원전발전사가 무차별적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과 환경론자들의 협공에 직면해 있는 현실은 묵과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이라도 치를 기세여서 자칫 이 나라의 에너지정책, 경제, 국민이 각기 자전하다가 원심력을 견디지 못해 3방향으로 분리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은 6천173만7천㎾에 달한다. 그 중 원자력이 20기에 1천7백70만㎾를 생산 총량의 28.7%, 기력발전(유전소-19기,LNG-6기,국내탄-6기,수입석탄-32기)이 63기에 2천3백30만㎾로 총량의 37.8%, 복합화력이 121기에 1천5백만㎾로 총량의 24.3%, 내연력144기·집단에너지 29기·기타에너지(풍력.매립까스) 92기 등에서 1백80만㎾로 총량의 2.9%, 수력발전(일반수력 -46기 1백53만㎾, 양수수력-8기 2백30만㎾, 소수력-96기 4만9천㎾)이 3백88만㎾로 총량의 6.3%를 구성하고 있다.

발전사별 구성비는 한수원-47기 1천8백25만㎾로 29.6%, 남동발전-25기 7백19만4천㎾로 11.6%, 중부발전-34기 7백49만6천㎾로 12.1%, 서부발전-33기 7백28만㎾로 11.8%, 남부발전-47기 7백57만1천㎾로 12.3%, 동서발전-34기 7백50만㎾로 12.1%, 수자원공사-30기 1백만㎾로 1.6%, 한종-16기 1백80만㎾로 2.9%, LG-12기 1백40만㎾로 2.3%, 메이야-3기 52만5천㎾로 0.9%, 한국전력-142기 16만1천㎾로 0.3%, 기타(집단.대체에너지)-196기 1백55만1천㎾로 2.5%에 달한다.
이런 배경하에 지난 16일 정부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후보부지 선정에 관한 공고’를 내고 부지 선정절차 및 일정, 복수지역 경합시 선정방식,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대책 등을 발표하고 8월말까지 후보지 공모에 착수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원전수거물센터)은 부지의 안정성, 사업추진 여건 등을 평가한 후 주민 투표 결과 찬성률이 가장 높은 곳을 오는 11월 22일 최종 후보지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는 중·저 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원전수거물센터) 유치지역에 사업초기 3천억원의 특별지원과 연평균 85억원의 반입수수료지급,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및 양성자 가속기 사업유치 등 특혜를 골자로 하고 있고, 이미 전국 시·군 중 최초로 경주시가 산자부에 유치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져 여러 곳의 유치경합이 예측되고 있다.
정부는 유치지역 선정과 관련 처분시설의 안정성을 대폭 강화해 중·저준위 폐기물을 철저히 분리 할 것, 주민투표의 의무화, 선정지역의 경제지원과 법적 보장 등 대책 수립 과정에서도 고뇌와 진통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이 대 국민 담화를 통해 “원전수거물센터 건립은 우리 국민 모두가 지금 해결해야만 할 국가적 과제로 과거와 같은 갈등과 대립이 재연돼서는 안될 것”을 호소하고 “투명하고 정직하게 이 문제를 풀어 나갈 것”을 진지하게 토로하고 나선 것이다. 비장한 각오마저 엿보이는 대목이다. 2개 이상의 지역이 경쟁할 경우 ▲부지의 안전성 ▲인허가 및 원활한 건설과 운영을 담보하는 사업 추진여건 ▲높은 주민투표율 등 3요소를 두루 평가해 결정하되, 안전성과 사업추진 여건을 단계별로 만족시킨 지역만이 다음단계를 진행 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심도있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민들의 화합과 대화를 도출하기 위한 높은 투표율 조건도 합리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한국의 원자력발전은 이미 설비총량의 28.7%인 17,715,683㎾를 20기의 원자로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5천3백만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전기의 약 30%를 원자력에서 생산토록 이해와 협력을 기울여온 우리 국민의 화합과 노력이 있었음을 21세기 세계로 향하는 경제도약과 고도 성장을 해온 과정에서 여실히 입증해 온 셈이다. 그런데 그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원전수거물을 “내 땅에는 버리지 말라”는 저항은 앞서 언급한 이미 우리국민이 높은 시대적 안목과 지혜로 국가의 경제발전과 역사에 기여해 온 발자취를 무색케 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백년대계의 역사 수레바퀴를 굴려야 하는 정부의 무거운 고뇌와, 그 역사 속에서 경제와 더불어 공존해야만 하는 국민과, 이 나라 이 땅의 지속 가능한 환경보전과 개발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각계의 환경론자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의 거시적 안목과 초심을 발휘해 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국민 모두가 지대한 관심과 격려와 이해를 집중해 이번 만큼은 이 역사적 고뇌가 담긴 숙제를 풀고 갈 수 있기를 주문한다.

허성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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