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 추진하던 에버글레이즈 습지, 국립공원으로 재탄생
인간의 개입으로 망쳐놓은 땅,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릴 순 없어


크리스 커링턴(Chris Curington)

-플로리다주립대 지역및도시계획과

 석사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 과정 중

아마도 많은 한국인이 에버글레이즈(Everglades, 미국 플로리다 주 남부의 습지대)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것이다. 한국 정책 결정권자들이 미국 플로리다가 과거에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당시의 사업 과정과 추후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다.


에버글레이즈는 올랜도 남쪽 키시미 강에서부터 플로리다 키스제도로 이어지는 아열대 습지로, 이곳에서 이뤄지는 강과 육지의 결합은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런 특별함은 생태계의 균형에 조금씩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됐고 그로 인해 이곳에 서식하는 100여종의 동식물들의 생명이 위태해지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졌다.


1845년 새롭게 출범한 플로리다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에버글레이즈의 개발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한때 황폐화된 습지였던 이곳을 ‘문명화된 농업낙원’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에버글레이즈 간척사업이 제안되면서 사업의 주도자들은 이를 투자 기회로 여겨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우선 플로리다의 수원을 확보하고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운하와 수로건설 계획이 세워졌다. 이는 습지를 간척해 열대과일과 사탕수수 재배는 물론 도시 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1890년대 인구유입과 플로리다 경제팽창은 간척사업의 확대로 이어졌고, 급성장한 철도건설과 운하건설은 새로운 직업창출과 함께 전례 없던 인구성장을 가져오면서 플로리다의 미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당시 연방의회에서 승인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프로젝트 도안


에버글레이즈 간척사업 전(왼쪽)과 후(오른쪽) 완전히 바뀐 수로의 흐름



그렇게 에버글레이즈 간척사업이 확대되면서 연방정부는 플로리다 지역을 가로지르는 방대한 부지를 변화시키기에 이르렀다. 1905년 플로리다 의회는 세금을 통해 운하를 건설하고 돈을 모금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에버글레이즈 간척지구를 제정했고, 이후 부지 매입은 붐을 일으켜 에버글레이즈 간척사업을 통한 경작지 확보는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사항이 됐다. 그러나 이는 결국 돌이킬 수 없고, 쉽게 통제될 수도 없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다.


1928년 플로리다 남부 오키초비 강이 허리케인으로 범람해 5000여명

이 사망했고 운하 건설도 실패로 돌아갔다.

간척 목표를 ‘개간’에서 ‘보존과 보호’로

1928년 플로리다 남부 오키초비 강의 제방이 허리케인으로 인한 범람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5000여명이 사망하기에 이르렀고, 농작물 유실은 물론 운하건설도 실패로 돌아갔다.


계속된 간척사업은 토양에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고 운하건설로 인해 낮아진 수면은 생태계를 위협했으며 어류 생식지 역시 위험에 처한 것은 물론, 연간 어획량도 감소했다.


플로리다는 그제야 간척사업의 초점을 ‘개간’에서 ‘보존과 보호’로 옮기기 시작했고, 사업 주도자들은 잘못을 인정했다.


이런 과정 끝에 1947년 에버글레이즈 습지대는 국립공원으로 재탄생됐다. ‘에버글레이즈 보존운동’을 이끈 마조리 더글라스는 그의 저서 ‘풀의 강(River of Grass)’에서 “수세기에 걸쳐 뜻깊은 의미와 삶 그리고 독특성을 부여한 이 엄청난 땅이 인간의 탐욕과 무지의 결과로 사라지게 됐다”고 표현하며 그간의 개간 노력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를 계기로 이전의 간척사업으로 야기된 문제점들에 여론이 쏠리며 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복구하고자 하는 친환경사업에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에버글레이즈 습지대는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됐다.

이런 흐름은 1992년과 1996년의 ‘수자원 개발법과 에버글레이즈 보호법’을 비롯한 친환경적인 법들이 통과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법들은 깨끗한 수원 공급에 막대한 해를 끼쳐왔던 산업분야, 특히 사탕수수 회사가 3억2000만달러를 배상할 것에 동의하는 등 재정적으로 책임지는 결과를 이끌었다.


이러한 연방정부의 변화는 가장 포괄적이고 야심찬 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는 에버글레이즈 종합복원계획(The Comprehensive Everglade Restoration Plan, CERP)으로 수자원과 관련된 지역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플로리다 남부의 복구·보존·보호를 내세우는 법안이었다.


이는 황폐화된 생태계와 점점 더 메말라가는 플로리다 남부 도시 중심부에 수년간 담수를 공급할 것을 요하는 가장 완전한 복구 법안이었다. CERP 30개년 계획은 에버글레이즈 지역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그간 건설된 운하를 파괴할 것과 수로를 이전에 존재했던 생태계 상태로 되돌릴 것을 목표로 했다. 총 비용은 대략 80억달러로 이는 이제껏 실행된 법안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었다.


자연 그대로 유지해야 할 이유 반드시 있어

인간의 개입으로 망쳐놓은 땅을 다시 이전 상태로 완전히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버글레이즈 간척사업은 우리가 행동의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지 않고 행동했을 때 그 결과가 얼마나 크고 지속적인 문제 상황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시사한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반드시 있으며, 이를 바꾸려는 시도는 미래의 문제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위의 상황들에서 플로리다가 생태계를 본래의 상태로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 한국에서 4대강사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자연생태계를 바꾸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한국에 있는 미래의 후손들이 4대강인 낙동강, 금강, 영산강, 한강과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누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우리는 그들의 자연적 아름다움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해야만 한다.


<번역=오혜진 / 사진출처=플로리다 기록보관소(Florida Arch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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