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국립공원 레인저는 미래 유망 녹색직업으로 국립공원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국립공원이 170여 개국에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레인저’도 세계 통용어이다. 레인저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그들에게 조언이 될 입문서가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국립공원 이해와 관리」를 발간한 신용석 국립공원연구원장을 만나 국립공원 산증인으로 느낀 국립공원의 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국립공원연구소 신용석 소장 <사진제공=신용석 소장>

Q. 국립공원 레인저를 소개한다면?
A. 본래 레인저의 어원은 ‘숲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수호자’로서, 20세기 초부터 미국 국립공원에서 공원관리자를 지칭하는 공식용어(park ranger)로 사용됐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국립공원을 비롯한 보호지역에서 자연보호, 순찰, 구조, 해설, 법집행 등을 하는 직업인을 레인저라고 부르고 있다.

지역주민의 공감대는 국립공원 필수요소

Q.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선정 기준은?
A. 우리나라의 국립공원 지정기준은 자연공원법에 지정돼 있으며 그 지역의 자연생태계, 자연경관, 문화자원 등이 국가를 대표할 수준이고, 지형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이용편의성이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요즘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동의 여부다. 지역주민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멸종위기종 보호 위한 서식처 관리 역할

Q. 다도해에서 출현한 범고래, 어떤 의미가 있나?
A. 최근 국립공원연구원의 해양생태 조사 중에 다도해국립공원 일원에서 범고래 6마리를 촬영한 바 있다. 범고래는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이었던 것처럼 영리하고 사람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그러나 최근 해양오염과 먹이감소 등으로 개체수가 감소하여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해양에서 범고래 무리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바다생태계의 먹이사슬과 보전상태가 아직은 양호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범고래와 같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생태조사와 더 수준 높은 서식처 관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국립공원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 팔색조. 국립공원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서식처 역
할을 한다.  <사진제공=국립공원관리공단>

Q. 생물종다양성 보존을 위한 국립공원의 역할은?
A.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의 절반 이상이 국립공원에서 보호되고 있다. 만약에 국토의 자연이 모두 파괴되는 상황에서 국립공원만이라도 잘 보전되어 있다면, 국립공원이 씨앗이 되어 전국토의 자연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립공원의 생물종들을 그냥 두면 절대 보존될 수 없다. 연간 5천만명에 육박하는 탐방객들로부터, 돈이 되고 약이 되는 생물들을 노리는 전문 밀렵꾼들로부터 국립공원을 수호하기 위해 밤낮 없이 원거리 오지를 순찰하는 국립공원 레인저들의 헌신이 없다면 국가의 생물다양성은 온전하게 보전될 수 없는 것이다. 국립공원은 국가의 자연을 보전하고, 국민들에게 생태복지 수혜를 주는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전초기지이자 완충지역

Q. 기후변화에 따라 계절을 알리는 생물종도 변화하나?
A. 폭염으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은 올 여름처럼 기후변화는 이제 사람들의 건강과 일상, 그리고 경제와 안보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립공원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전초기지인 동시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지역이기도 하다.
국립공원에서는 계절변화를 가장 잘 감지할 수 있는 생물종을 선정하여 집중적인 조사해 이들의 변화에 따라 생태계 보호대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

Q.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국립공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환경・경제・사회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개념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국립공원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함으로써,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질 높은 탐방경험을 제공하게 되고 그런 경험이 소문이 되어 더 많은 탐방객이 방문함으로써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되게 된다. 이 곳에 거주하는 지역주민들은 높은 자긍심과 애향심을 갖게 돼 자연스럽게 스스로 자연과 문화를 보전하려는 책임감과 참여의식을 갖게 된다.
국립공원이 지역의 자연과 문화와 경제가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커뮤니티가 되길 기대한다.

소통의 가치 깨달은 맑은 영혼들, 레인저를 꿈꿔라

국립공원은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유토피아의 세계이다.
사진은 다도해국립공원<사진제공=신용석 소장>

Q. 레인저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A. 국립공원은 단순한 산, 바다, 보호지역, 관광지 그 이상의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자연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고, 인류의 문명과 삶이 지속되고 있으며 그 곳의 꿈과 이상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토피아의 세계이다.
국립공원 레인저에게는 자연과 교감하는 맑은 영혼과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봉사하는 서비스 정신도 요구되고,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투철한 국가관과 명예감, 그리고 공원관리 어느 분야에서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에 자연을 가까이 접하고, 학교와 사회에서 리더십을 연마하는 기회를 가지며, 방학과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각 국립공원에서 자원봉사활동, 인턴학습 등을 통하여 레인저 직업을 체험하면서 입사에 필요한 경험을 쌓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Q. 앞으로의 목표와 비전은?
A. 국립공원에서 어느덧 30년의 세월을 ‘생존’해 있다. 이제 국립공원관리 첫 세대의 목표와 비전을 얘기할 때이다. 30년을 1세대로 본다면, 우리 첫 세대의 누군가는 공원업무(park-work)의 이모저모를 더욱 체계화하고 전문화시켜 공원과학(park-science)으로 승화시키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생태계서비스, 생태복지 이런 용어들을 더욱 객관화(계량화)하고, 쉽게 해설하여 국립공원정책과 국민의 실생활을 연결시키고, 자연과학에 치중했던 이슈들을 인문・사회부문으로 확대해 국립공원의 가치와 영향력을 증폭시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국립공원관리 첫 세대의 소명을 이루기 위해 국립공원의 확장성 도모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다.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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