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 새로운 기업이 온다’의 저자 파반 수크테브(Pavan Sukhdev). 그는 지속가능성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사진=박미경 기자>



정책결정자들의 리더십이 한국기업 운명 좌우

사회·환경 미치는 영향 고려한 성장모델 찾아야


[제주국제컨벤션센터=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인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해버릴지 모른다. 환경과 경제 이분법의 시대적 사고를 버리고 이제는 함께 고려해야 할 시대가 왔다. 지속가능성 분야의 세계적 리더 파반 수크테브(Pavan Sukhdev)는 최근 한국어판으로 출간한 ‘2020 새로운 기업이 온다’를 통해 ‘1920년형’ 기업 모델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2020년형’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 파반 수크테브는 지속가능성 담론의 선구자로서 지속가능발전 관련기구 및 정책전문가들에 미치는 영향력으로는 손꼽히는 인물이다. 2008년 15년간 일했던 도이치뱅크에서의 안식년 중에 ‘녹색경제’에 관한 두개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자연의 은행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세계 최초로 녹색경제로의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유엔환경계획(UNEP) 녹색경제이니셔티브의 총괄책임을 맡아 진두지휘했고 G8+5 환경부 장관들의 합의로 시작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TEEB)’ 프로젝트를 맡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책 ‘2020 새로운 기업이 온다’는 그가 미국 예일대학교 방문교수를 지낼 당시 집필했다. 현재는 정부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인적자본과 사회적자본의 효과적 경영을 자문하는 컨설팅 GIST Advisory 의 창립자 및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하고 있다.


파반 수크테브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태되지 않고 미래 사회에 생존하는 기업이 가야할 길을 소개했다.


Q. 2012년 원서 ‘Corporation 2020’이 출판된 지 4년 이래,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한국을 주목한 이유는?


A. 한국 사회가 재벌중심 사회로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큰 기업 위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2020년형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한국을 선택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것은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당시 기업을 대상으로 레버리지(타인·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한 자본으로 투자해 이익 발생시키는 것)를 많이 줬기 때문에 재벌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렇다보니 부실기업이 많이 생기게 됐다. 그런 면에서 레버리지를 제한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 책의 내용이 한국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생각한다.


Q. 이 책의 주 타겟층은 어떻게 보는가?


A. 한국 정부(산업부)와 기업들이다. 기업은 CEO를 비롯한 임원급일 것이다. 앞서 미래의 기업환경을 바라보고 방향을 결정하는 자들로 결단을 내리고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이 책에서 강조하는 2020년형 기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A. 2020년형 기업은 4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외부효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는 보고체계의 변화를 말한다. 단지 판매가격과 투자수익률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기업관련 정보를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측정하고 공개해야 한다.


둘째, 유한한 자원 즉 자연자원을 사용하는 기업에 더 과세해야 한다. 자연자원을 많이 쓰지 않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레버리지 제한을 둬야 한다. 레버리지가 크면 기업의 거품도 커진다.


넷째, 책임있는 광고를 하는 것이다. ‘욕구(desire)’를 ‘필요(needs)’로 바꾸는 판매목적의 강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를 주목해야 한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말하는 것으로 이 세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클린 에너지를 광고하는 기업의 제품을 살 것이다. 이들을 주목하고 한국기업들은 허위·뻥튀기 광고를 지양하고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홍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Q. 한국사회는 환경과 경제가 서로 상충하는 부분들이 많다. 환경과 부딪혔을 때 기업들이 반발하는 부분이 많은데?


A. 기업의 CEO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발전과정이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환경문제를 낳았으니 변화하자고 하면 변화하는 게 맞지만 CEO, 오너의 결정이 없으면 변화가 어렵다.


Q. 한국기업을 향한 메시지가 있다면?


A. 한국기업이 옛날 방식 성공은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새로운 스타일, 미래사회에 생존하고 이끌 수 있는 기업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glm26@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