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 모멘텀 부재…정부지원이 마중물 될 것
기후변화 예산 확대, 지속가능한 재정 시스템 필요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정부는 요금을 올리면 지지층이 하락하지 않을까 눈치를 보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국민들은 물가 인상 우려 때문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재정 형편을 감안한다면 요금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와 긍정적 시그널을 던져야 한다. 최근 정부가 광역상수도 요금을 3년여 만에 4.8%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본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우리나라의 물 서비스 가격시스템 개편이 왜 필요한지 들어봤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의 연간 수돗물 누수량은 6억9000만톤으로 경제적으로 6059억원에 달하는 물이 땅속으로 줄줄 새고 있다. 원인은 시설 노후화로, 개량이 필요한 상수도 시설물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재정 여건이 어렵고 시설이 낙후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12년간 3조원을 투자하는 ‘노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현대화 사업 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지방상수도 현황, 지원체계, 관리운영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했고 여기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연구용역을 할 당시 노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바로 지자체가 해야 할 고유사업을 국가가 지원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지방상수도는 법률상 지자체 고유업무로 자체 투자해야 하지만 재정여력이 없는 지자체를 고려해 국가에서 일부 지원키로 한 것이다. 환경부와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12년 동안 지방 노후 상수도 정비에 총사업비 2조962억원을 투자하고 이 가운데 1조7880억원을 국고로 지원한다. 또한 국고지원은 보조율 50%를 기본으로 하되 지자체의 경영개선 노력(요금현실화율 계획 제시)을 평가해 최대 20%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물 사용 책임 등 인식개선 유도
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물이 너무 싸기 때문에 물 사용이 계속 늘고 있는 국가다. 국가 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물값을 올려야 하는데 아직 민심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며 “요금을 인상할 모멘텀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이 너무 싸게 공급되다보니 물의 가치가 저평가 되고 국민적 관심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때문에 “국가가 먼저 애쓰는 모습을 취하면 지자체도 명분이 생기고, 국민 스스로도 물 사용에 대한 책임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비지원을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고 더불어 사업을 통해 물 서비스가 향상되면 상하수도 민원이 줄고, 물 요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등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변화가 나타나면서 긍정적인 작용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싼 물값에 물 펑펑…자원 훼손 초래

전반적인 물 서비스 가격시스템 개편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은 물 자원을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재정지원 시스템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상하수도에 대한 국가지원을 하지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는 물 요금 인상이 어려워 구조상 싼 값에 물을 사용하면 물 자원 자체가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환경예산은 전체 400조 예산 가운데 5.6조원이 편성됐다. 보건과 복지·노동 130조원, 교육 56.4조원과 비교하면 적은 예산이지만 이마저도 매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다. 환경예산 가운데 상하수도가 60%, 그 외 나머지 환경정책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김현아 선임연구위원은 “OECD 환경예산을 보면 기후변화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물 예산을 적게 가져가고 있다”며 “물 예산이 많다는 것은 후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물 예산 60% 책정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상하수도 예산 줄여 기후변화에 반영

일각에서는 기후변화 예산이 안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적 관심사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이 환경 분야에 일부 책정됐지만 기후변화 적응은 농업, 수자원, 교육, 복지 등 전 분야 고루 편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기후관련 예산이 훨씬 적다. 각 섹터별로 기후변화를 녹여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상하수도 예산을 줄여서 기후변화에 상당부분 넘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국비지원을 줄이고 사용자 요금 인상, 물이용부담금 인상, 민간투자 유도가 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물 관련 국비 지원을 요금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인자부담 원칙 따라 하수도 요금 올려야

▲대담 중인 김현아 선임연구위원과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 (오)

김 선임연구위원은 “물처럼 사용하는 사람이 분명하게 있는 경우는 사용자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원인자에게 부담하게 하면 국가예산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상수도뿐만 아니라 하수도에 대한 정부정책 및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상하수도 요금은 OECD 국가에 비해 하수는 1/10, 상수는 1/4 가격 수준에 미친다. 그는 “독일의 경우 하수도 요금이 상수도에 비해 비싼데 이처럼 하수도 요금을 강하게 매기는 나라는 환경을 생각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물을 사용하고 나서 징벌을 강하게 주는 것은 환경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이자 미래세대를 배려하는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는 아직 먹는 물에 비해 버리는 물인 하수도에 대한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며 “환경 개선을 위해 하수도 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향후 물값 현실화를 수용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끝으로 그는 “환경은 문제가 발생하면 파급효과가 단기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시적 성과에 밀려 소외받고 있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됐을 때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물 문제를 포함한 환경문제의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서 조세재정 차원에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사진·정리=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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