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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양성 수용하니 문제가 풀리더라”

클레어 펀리 (Clare Fearnley) 주한 뉴질랜드 대사

박미경 | glm26@hkbs.co.kr | 2016.11.21 10:17  

▲클레어 펀리 (Clare Fearnley) 주한 뉴질랜드 대사 <사진=정흥준 기자>


국토 면적의 1/3이 국립공원, 환경존중 문화 자리잡아

세계 최초 여성 참정권 인정, 법제도로 공정성 보장

 

대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움과 마주하다 보면 우리는 그모습에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뉴질랜드(New Zealand) 천혜의 자연은 감성을 뒤흔들기 충분한 곳이다. 뉴질랜드 국민들은 자연에 대한 의식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뉴질랜드는 인구 433만여명으로 북섬과 남섬으로 이뤄진 본토와 여러 섬, 제도를 국토로 한다. 특히 유럽인, 아시아인, 원주민 마오리족, 태평양 섬주민 등 다양한 인종이 모여살고 있고 뉴질랜드 역시 다양성을 중요한 부분으로 인지하고 있다. 본지는 뉴질랜드 대사 관저에서 클레어 펀리(Clare Fearnley) 대사를 만나 뉴질랜드가 펴고 있는 기후활동, 지속가능발전 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 규모 7.8의 강진이 뉴질랜드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처럼 뉴질랜드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 섬 국가로 화산과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바다로부터 100㎞ 이내 도시가 위치해 있어 해안 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클레어 펀리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는 기후변화를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해수면이 상승하면 주요 도시 타격은 불가피하고 점차 온도가 높아진다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 원예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평균 기온 상승은 물론 강우량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협을 인지한 뉴질랜드는 파리협정 공식 발효 전 비준함으로써 전 세계적 기후변화 대응 출발선에 함께 서게 됐고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는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남태평양에 위치한 여러 도서국가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지는 태평양 섬

▲남태평양에 위치한 여러 도서국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면 상승으로 국토가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태평양 섬의 비극이라고 불릴 정도로 투발루, 마셜제도, 키리바시, 몰디브, 토켈라우 등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점점 바닷물에 잠식되고 있다. 바닷물 침입으로 지표수가 염수로 오염되면서 물 부족에 직면한 것도 큰 문제다.

 

이들 섬나라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배출량의 0.1%에도 못 미치지만 기후변화 피해를 가장 먼저 입고 있다. 키리바시의 경우 현재 국토가 수몰 위기에 있고 이웃나라 피지의 한 섬으로 이주를 고려 중에 있다. 투발루도 향후 해수면이 1.8m 더 올라가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 국민들 가운데는 이민족이 많다. 특히 남태평양 도서국가(사모아, 통가, 쿡제도 등)에서 이민 온 뉴질랜드인들(폴리네시아인)이 많고 이들은 본국의 가족들과 연계돼 있다”며 “뉴질랜드 입장에서는 기후변화 위협을 받는 도서국가에 지원 책임이 있다.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이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뉴질랜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질랜드는 ▷지속가능한 전력 생산(신재생에너지 확대) ▷농업분야 배출 저감방안 마련 ▷화석연료보조금 삭감 프로젝트 등 기후활동을 펴고 있다.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 절반 차지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는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온실가스 배출원을 가지고 있다”며 “농업분야에서 전체 온실가스 50%를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소, 양 등 가축의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는 농업분야 연구·개발 동맹관계를 결성해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과 농·축산 분야에서 가축의 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메탄가스를 덜 배출하는 품종 개량, 사료 공급 등)을 마련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뉴질랜드는 기후변화 노력과 연계해 화석연료보조금을 줄이는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낭비적 소비를 조장하는 비효율적인 화석연료보조금 삭감을 통해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든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5000억달러(588조원)가 쓰이고 있다.

 

펀리 대사는 “지난해 파리협정에서 뉴질랜드가 기후변화를 저감시키는 노력의 일환으로 화석연료 보조금을 삭감하자고 제안해 50개 국가들이 동의했다. 이와 연계해 한국과 더 많은 협의를 진행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뉴질랜드는 농·축산분야에서 전체 온실가스 50%를 배출하면서 저감방안을 마련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전체 국토의 1/3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뉴질랜드는 국민, 정부차원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농업·환경˙과학분야서 한국과 협력 추진

양국 교류확대로 기후변화·FTA 경쟁력 확보


배출권거래제 ‘혜택’ 강조한 메시지 전달

한편 뉴질랜드는 한국보다 앞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거래가 극히 부진하고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기업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가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 지 5년 정도 지났다. 초창기에는 기업들을 설득하기 위해 굉장히 많은 협의과정을 거쳤다”며 “뉴질랜드는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이미지를 선도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러한 이미지를 제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그래서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 기업이 인지하기 시작했고 배출권거래제도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불만이 거의 없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뉴질랜드는 국민 환경의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레프(Telegraph)는 세계 최고의 여행지로 뉴질랜드를 선정했다. 19세기 말부터 뉴질랜드는 유명관광지로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뉴질랜드에서 자연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1887년부터 뉴질랜드 정부와 원주민 마오리족 부족 간 국립공원을 만들기 위한 합의가 이뤄졌고 그 결과 13개 뉴질랜드 국립공원이 만들어졌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는 전체 국토의 1/3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또한 잘 보존돼 있다”며 “뉴질랜드 국민에게도, 원주민 마오리족에게도 환경은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해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 뉴질랜드 국토는 인간이 거주한지 1000년에 불과해 오래되지 않아 훼손이 심하지 않고, 원주민들도 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대륙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국토 규모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 국민 차원에서의 노력도 강조했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는 환경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결과로 국민들도 일상 생활에서 쓰레기 발생, 공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며 “제도적으로도 강력한 자원관리법이 시행되고 있는 등 환경을 존중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한 호비튼 마을  

행복지수 8위, 번영지수 1위  
유엔이 지난 3월 세계 157개 나라의 행복 점수를 집계한 ‘2016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뉴질랜드는 8위를 차지했고, 최근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 연구소가 14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2016 레가툼 세계 번영(Prosperity) 지수’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행복지수는 58위, 번영지수는 35위에 머물렀다. 더불어 뉴질랜드는 OECD 국가 가운데 양성평등 지표가 높은 국가에 속하고 남녀 임금 격차 비율도 가장 적다.

 

펀리 대사는 “이러한 지표가 뉴질랜드인들이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행복감은 지속가능발전과도 연계가 된다”며 “뉴질랜드 정부는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인 웰빙 ▷환경보호 ▷건강 ▷교육 ▷일자리 ▷여성 리더십 ▷지역사회 ▷안전 부분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뉴질랜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5%로 OECD 국가 가운데 높은 편은 아니지만 실업률은 5% 미만으로 사람들이 의미있는 일자리를 가지면서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는 “뉴질랜드는 ‘사회의 다양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나라다. 다양성을 통해 뉴질랜드 경제를 부흥시키고 있다”며 “인종, 민족, 성별, 나이, 장애 등에 상관없이 다양성을 수용했기 때문에 지속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는 1893년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나라다. ‘공정함’을 강조하며 법률적으로나 사회전반적으로 시스템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펀리 대사는 “뉴질랜드에서 여성 국회의원이나 내각 장관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고위급 리더도 여성이 많이 진출해 있다”며 “남녀 간의 임금차이는 전혀 없어야 한다고 본다. 향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뉴질랜드와 한국의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질랜드 프리미엄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제주도 150개 농가와 협약을 맺어 제주도에서 제스프리 키위를 생산하고 있으며 친환경 브랜드 ‘에코스토어’는 최근 1년 반 사이 한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펀리 대사는 “과학연구 분야에서도 한국과 뉴질랜드는 남극에서 기후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공동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맺음말을 통해 그는 “한-뉴질랜드 FTA에서 환경협력에 대해 따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며 “뉴질랜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에너지 생산, 남극 해양생물 보존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클레어 펀리 대사 이력]
클레어 펀리 대사는 2015년 2월 주한 뉴질랜드 대사직 임기를 시작했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 북아시아국 국장, 아시아·태평양지역국 국장, 법무국 국장대리 등을 역임한 통상정책, 법률 및 아시아·태평양 분야 관련 전문가다. 또한 그는 중국어가 유창하며 현재 한국어 공부에도 매진하고 있다.

 

 

 

 

 

<사진=정흥준 기자/ 글=박미경 기자>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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