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맥, 대두,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등 주요 곡물생산국의 기상재해로 공급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곡물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가격 상승은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현상) 우려와 함께 식생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삼성연구소 자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식량 공급불안 악화 시 소비자물가가 최대 0.54%p 상승

 

02a143z2.2008년 산업연관표를 이용해 수입 곡물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물가는 0.27∼0.54%p 상승할 전망이다. 소맥, 대두, 옥수수 3대 수입곡물의 가격이 기본 시나리오 상승 폭대로 상승하는 경우, 생산자물가는 0.12%p, 소비자물가는 0.27%p 상승하고 악화 시나리오대로 곡물가격이 상승할 경우에는 생산자물가가 0.22%p, 소비자물가는 0.54%p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곧바로 국내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4∼6개월 정도의 시차 후에 물가상승으로 파급된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입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곡물가격 상승이 생산자·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데 걸리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제곡물가격이 2010년 6∼7월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시차 4∼6개월을 고려하면 11월 이후부터 가격인상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특히 소비자물가 중 식품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줘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가중되고 서민이 체감하는 물가불안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맥가격이 오르면 시나리오별(기본, 악화) 가격변동에 따라 제분(밀가루) 가격이 26.8∼39.6% 상승하며, 대두가격이 오르면 유지 및 식용유 가격이 5.5∼11.2% 상승하게 된다.

 

식품가격 상승은 체감물가 악화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미 기상이변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서민의 체감 물가수준이 크게 악화됐으며 국제곡물가격 상승은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28위

 

한국의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은 하락 추세를 지속해 2008년에는 사상 최저 수준인 49.2%와 26.2%을 기록했다. 한국은 소비식량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며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은 이보다 더 높은 해외의존도를 나타내 생산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쌀은 국내생산으로 거의 자급이 가능하지만 쌀 이외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매우 낮으며 특히 밀과 옥수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민 식생활의 서구화가 가속화되면서 쌀 소비는 줄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과 사료용 곡물 수요가 증가해 곡물소비의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식인 쌀의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예전에 비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쌀 소비량 감소와 수입물량 증가로 인해 쌀 재고량은 최고 수준이다. 쌀 생산량은 2009년 490만톤으로 2000년의 530만톤 대비 7.1% 감소했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에는 쌀 한 가마에도 못 미치는 75.8kg으로 1980년 대비 42.8% 감소했다. 식생활 변화로 인해 식용 밀과 사료용 옥수수의 소비가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해 곡물의 해외의존도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OECD 주요국은 한국에 비해 매우 높은 곡물자급률을 보유하고 있어 공급충격 발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2005∼2007년 3개년 평균 한국의 곡물자급률 27%(FAO 자료 기준)는 OECD 31개국 중 28위에 해당하며 한국보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일본, 포르투갈, 네덜란드에 불과하다. 공업국인 슬로바키아(133%), 체코(130%), 스웨덴(127%), 독일(105%)도 곡물자급률이 100%를 상회한다. 국내 곡물가격의 안정화 도모와 식량안보 달성을 위해 주요 선진국은 100%가 넘는 곡물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높고 충분한 곡물재고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에는 공급 감소 등 외부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이 가능해져 가격변동이 최소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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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수입 곡물인 옥수수, 소맥, 대두는 대부분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특정 국가 중심의 불안한 수입구조

 

한국은 대표적인 수입 곡물인 옥수수, 소맥, 대두를 대부분 미국, 중국, 호주, 브라질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옥수수는 매년 약 800여만톤을 미국, 중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로부터 수입해 대부분을 사료용으로 소비한다. 최근 자국 내 소비증가로 중국이 옥수수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중국으로부터의 옥수수 수입은 미미한 수준으로 축소됐다. 소맥은 약 300여만톤 규모를 수입하는데 주요 수입국은 미국, 호주, 캐나다, 우크라이나, 중국 등이다. 소맥은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기 때문에 한국의 소맥수입국은 다른 곡물에 비해 다양하다. 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대두는 연간 수입액 약 130만톤 중 95%를 미국과 브라질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의 곡물수입은 영미계 곡물 메이저와 일본계 종합상사에 의존한다. 3대 곡물수입의 약 57%(2003∼2008년 평균)를 카길, ADM, BUNGE,LDC 등 세계 4대 곡물 메이저가 차지하고 있다. 영미계 곡물 메이저뿐만 아니라 마루베니와 같은 일본계 상사도 한국 곡물시장에서 16%의 비중을 차지하며 대두의 경우 수입물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계 상사가 장악하고 있다.

 

곡물 메이저가 한국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향유함에 따라 곡물가격이 상승해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의 상승을 초래하고 소비자 후생도 감소한다. 특히 곡물 메이저는 가격 상승기나 불안정기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큰 이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2006∼2008년 곡물가격 급등기에 옥수수는 1톤당 약 20달러, 소맥은 1톤당 약 50달러 더 높은 가격으로 공급됐는데 한국 정부와 종합상사가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자원의 개발 및 보급을 우선시한 것도 메이저에 대한 곡물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화년 수석연구원 외] 출처 : 삼성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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