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원전쟁 시대 ②

 

최근 희소금속(Rare Metal)의 일종인 희토류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사이의 마찰에서 나타났듯이 금속 자원의 공급 차질을 우려하는 국가 간의 힘겨루기가 격화되고 있다. 가채연수로 본 자원의 희소성과 특정 국가의 생산 집중도를 고려하면 상당수의 금속 자원에서 공급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편집자 주>

 

전기차 내부개방.
▲희토류 금속의 부족현상은 전기자동차 등 그린산업 발전에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원공급의 불안정성은 소재기업에게 부담을 가중시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코스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유리 기판의 연마제 등에 쓰이는 세륨의 가격은 금년 1~6월에 kg당 10달러 수준에 그쳤지만 중국의 수출규제 강화로 급상승해 지난 8월에는 40달러, 중·일 마찰의 여파가 확산된 10월에는 55달러로 상승했다. 중국정부가 지난 7월에 2010년 하반기 희토류 수출 허가 물량을 크게 줄여 2010년 연간 수출이 40%나 감소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륨을 가공해서 연마제를 생산하고 있는 쇼와덴코 등의 일본기업은 11월의 출하 물량부터 공급가격을 4배로 인상했으며, 코닝, 아사히유리 등의 유리 제조업체를 거쳐서 LCD나 HDD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에게도 비용 상승효과가 파급된다.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국, 일본

 

일본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수입국이며 각종 첨단 소재를 우리나라 등에 공급하고 있어서 희토류 파동으로 1차적으로 충격을 받게 되면 그 부담을 한국 등의 조립업체에게 전가할 수 있는 구조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하고 있으나 세륨을 활용한 연마제의 경우 쇼와덴코 등 일본계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비용 전가가 용이하다.

 

이와 같은 가격 상승보다 더 큰 문제는 희토류 물량 확보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소재, 조립 등을 포함한 공급사슬이 차단되고 관련분야를 포함해서 막대한 규모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쇼와덴코는 중국에서 7~12월에 조달할 수 있는 세륨 물량이 1~6월의 1/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본기업은 수년 전부터 이러한 리스크를 고려해서 희토류 재고를 늘려 왔기 때문에 희토류의 공급 차질이 광범위한 산업의 생산 차질로 당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희토류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이후에 악영향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쇼와덴코의 경우도 내년 초까지의 재고는 확보된 상황이지만 그 이후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한다.

 

세륨 이외의 기타 희토류의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용 모터의 핵심재료 중 하나인 디스프로슘의 경우 작년 말의 kg당 100~200달러 수준에서 지난 8월에는 300~400달러 수준으로 급등해 10월 이후에는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는 전기자동차를 전략적으로 육성 및 보급하겠다는 방침하에 중국기업이나 현지에 진출한 외자계 기업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 감소 추이.
▲중국의 희토류 감소 추이<자료=LG경제연구원>

희토류 생산 재개에 나서는 미국

 

중국의 희토류 생산은 세계의 97%를 차지하지만 매장량은 36%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희토류 자원개발이 활기를 띨 경우 중장기적으로 희토류의 공급불안 문제가 완화될 가능성은 있다. 사실, 1990년대에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 생산이 중단되기 이전까지 최대 생산국이었던 미국이 생산 재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의 Mountain Pass 광산이나 호주의 광산 등이 생산 재개를 준비 중에 있다. 또한 이번 희토류 마찰로 일본이 베트남, 몽고,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희토류 자원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일본에게 첨단 소재가공기술 보유기업의 중국 투자나 기술이전을 요구하면서 희토류 자원을 교섭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2년 정도 밖에 안될 수도 있다. 그동안 일본기업이 재고를 활용하고 소재 사용량 절약, 리사이클, 일본 이외 지역으로의 핵심소재 수출량 감축 등의 방법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삭감에 대응할 수도 있다.

 

태양열발전.

▲태양전지도 희소금속을 활용하는 화합물 소재

방식에 부담을 주는 등 그린 제품의 기술표준

경쟁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러나 중국 이외의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Mountain Pass 광산의 경우 전기자동차용 모터에 쓰이는 영구자석 재료인 디스프로슘이 많지 않고 미국 내의 기타 광산을 개발하는 데에는 수년 이상 소요된다. 생산재개가 예정되고 있는 호주의 Mount Weld의 경우 리만쇼크 이후 광산 오너의 자금 사정 악화로 중국비철금속광업사(CNMC: China Nonferrous Metal Mining Co.)가 51.6%의 지분을 확보하게 됨으로써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됐다. 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의 도요타통상과 일본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 희토류 광산의 경우 그린카 기준으로 수십만대에서 백 수십만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디스프로슘을 함유하고 있고 2012년부터 생산을 개시하겠지만 중국 발 희토류 공급 불안이 1~2년 사이에 끝날 수 있을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2차전지 등 그린산업 성장 제약

 

희토류를 포함한 희소금속의 공급불안은 전기자동차, 2차전지 등의 그린 산업의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태양전지의 경우도 희소금속을 활용하는 화합물 소재 방식에 부담을 주는 등 그린 제품의 기술표준 경쟁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제조업체로서는 기술이나 가격과 함께 사용하는 자원의 매장량, 생산국 및 생산 기업의 독점력, 자원보유국의 정책 방향 등을 변수로 고려하면서 그린 산업 전략을 강구할 필요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베이스 메탈의 희소성 확대도 그린 혁명에 영향을 주게 된다. 구리 등의 베이스 메탈은 건설이나 수송, 가전제품 등에 사용돼 왔지만 자동차의 전자화가 진행되고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구리 등의 베이스 메탈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닛산자동차가 준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인 ‘Leaf’에는 50kg 이상의 구리가 사용된다. 희소금속의 경우 베이스 메탈의 부산물로서 생산되는 경우도 많아 베이스 메탈의 자원 고갈이 희소금속의 공급불안과 연계되는 측면도 있다.

 

베이스 메탈의 공급불안은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빌딩, 통신 및 수송 인프라, 주택 등의 건설을 위해서는 철강, 구리 등의 베이스 메탈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항공기의 탄소섬유, 자동차 일부의 플라스틱 및 일부 탄소섬유 등 아직 일부에 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에너지원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

 

해양유전.

▲금속자원 확보 경쟁은 국제유가 등 기존 에너지원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구리의 전체 소비량은 세계 1위가 됐으나 1인당 소비량은 2008년 기준으로 3.87kg에 그치고 있으며 기타 BRICs의 경우도 인도 0.43kg, 러시아 5.05kg, 브라질 1.8kg에 그쳐 한국의 16.79kg, 독일의 17.03kg, 일본 9.28kg, 미국 6.64kg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베이스 메탈의 소비는 경제성장과 함께 확대되고 일정한 수준에 달한 후 소비증가세가 둔화되는 패턴을 보여 왔는데, BRICs의 경우 당분간 한국의 공업발전 과정과 같이 베이스 메탈의 소비 확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BRICs의 1인당 구리 소비량이 한국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BRICs 합계 연간 구리 소비량은 4,800만톤에 달해, 이는 세계의 총생산량(리사이클 포함)의 2.1배가 되며, 이로 인해 구리 자원의 가채연수는 기존의 30년에서 8년 정도로 단축(리사이클 고려하지 않음)되기 때문에 이러한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현재의 기술구조를 유지할 경우 모든 개도국이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그린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금속 자원의 한계가 다가오기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각국이 자원 수출 통제, 자원개발권 확보 등의 자원쟁탈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금속자원 확보 경쟁으로 그린 산업의 성장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국제유가 등 기존 에너지원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체 및 제조입국으로서는 에너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자원문제의 맥락에서도 금속자원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료=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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