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화 방지와 고장 난 메커니즘


과연 사람들이 사막화를 몰라서 나무 심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또 따지고 보면 사막화만이 최대의 문제도 아니다. 기아, 공해, 청년실업, 도시화에 따른 갖가지 사회문제 등을 논하기도 전에 당장 내 앞에 떨어진 불똥들이 떠오른다. 세금 고지서, 내 사업과 어려움은 어쩌고 사막화는 무슨. 손대지도 못할 것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도전이 마음속 양심창고에 또 하나 쌓인다. 아이 셋을 둔 가 장으로서 쉰을 앞두다 보니 밤잠을 자주 설친다. 올해도 미래숲과 함께한 지 11년째인데, 싯다르타 출가 때 처럼 대단하게 시작한 것은 아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고 지구를 살리자’는 임무는 참 멋진 일이긴 하지만, 그런 숭고함만으로 버티기란 어림도 없다.
매년 수십만그루의 나무가 사막에 심긴다. 30%가 죽느냐, 50%가 죽느냐 싸움에 매번 수십, 수백명의 노동력이 투입되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현지인들의 얼굴도 10년 새 더 까매지고 더 세월이 패였다. 벨트구멍이 늘어져 변형된 가죽허리띠와 너덜해진 바지, 먼지에 찌든 상의를 입고 있는 노동자들은 마음의 양심창고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사막에 나무 심는 임무는 생계를 위한 일거리일 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적절한 가격으로 배치해 준다지만, ‘사막화 방지’라는 서비스는 인류 존속 위협에 대한 처절한 투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헐값이다. 고장 난 메커니즘이다. 반면 기후변화 캠페인은 탄소환원비라는 사슬을 창조해 내 고장난 경제메커니즘을 보충했고, 결과적으로 태양광판 산업과 테슬러라는 회사의 부상을 이끌어냈다.

10년 넘게 버티고 살아남은 나무들이 많이 자라나 십수미터 되는 나무도 사막에 즐비하다. 미래숲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과 미래숲과 함께 일하는 까만 분들 모두는 터무니없이 낮은 값으로 가장 값나가는 일을 하는 분들이다.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마음의 창고를 지키고 살아가는 분들이 아직 많다.

새로운 사슬을 창조해 고장난 메커니즘을보완해야 한다. 가장 값나가는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가장 비싼 값으로 대우를 받는 그때, 사막화는 끝날 것이다.

<권혁대 미래숲 중국본부장>


사막에 고구마를 심자


사막은 생산성이 없는 땅이다. 중국에서 사막화되고 있는 땅은 매년 제주도의 1.5배 정도 규모로 약 9000만명이 살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서는 먼저 사막화의원인을 알아야 한다. 이 지역 주민들은 가난하며, 과다한 방목과 나무의 연료화, 부적절한 물관리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사막화를 막으려면 가난부터 극복해야 하는데 해답은 고구마다.

고구마는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1년 중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날이 120일 이상이면 재배가 가능하다. 사막과 주거지 사이 잡초식물이 자라는 완충지가 건조에 강하고 부가가치가 있는 고구마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고구마는 과거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심었던 구황작물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자들이 더 즐긴다.

탄수화물이 풍부하며 항암식품인 고구마는 최고의 건강식으로 꼽힌다. 중국은 전 세계 고구마의 70%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문가만 500명이 넘는다. 한·중 사막화 방지 생명공학공동연구센터는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 미래숲과 협력해 2010년부터 쿠부치사막에서 고구마 시범재배에 성공했다. 다만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 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미 중국에 진출해서 활약 중인 삼성이나 이랜드 같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돌린다면 엄청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환경문제와 식량문제는 함께 다뤄야 할 주제이며, 사막은 이런 차원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블루 오션(Blue Ocean)’이다.

중국은 지금 자신감에 넘쳐있다. 중국은 한국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중국의 저력을 아직 잘 모르고 있다. 14억 중국인 가운데 8800여만명이 공산당원이며, 철저히 교육돼 성장하고 있다. 환경, 식량, 에너지, 통일에 이르기까지 한국에게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중국을 다시 보고, 관심을 갖고 좋은 관계를 맺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국어 학습은 필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센터장·한중일 고구마연구협의회 사무총장>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