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양산형 전기차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아차의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 사진제공=기아자동차>


2012년 1분기, 프랑스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에서 전기자동차의 비중은 0.2% 미만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기자동차의 본격 양산 첫해인 2011년의 실망스러운 글로벌 시장 점유율 0.07%는 아직 본격 성장을 위한 준비운동 단계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하지만 전기자동차를 주도하는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실망스러운 실적에 이어 전기자동차 산업의 마지막 보루로 느껴지던 유럽에서마저 전기자동차의 성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밝혀졌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0.07%

 

우리나라의 실정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전기자동차는 아예 수입조차 되지 않았고 국내 기업에 의해 개발된 전기자동차의 본격 출시가 임박했다는 기사만 난무한 채 실제로 운행하는 전기자동차를 우리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전기자동차 전문 기업을 표방하던 국내 중소기업의 파산 위기,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전문 기업으로서 한국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던 A123의 철수 등 우리나라의 전기자동차 시장은 펴보지도 못하고 위축될 위기에 처해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은 자동차 기업의 신차 개발 전략에 영향을 미쳤고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당황한 각국 정부의 정책도 혼선을 빚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글로벌 경기불황은 초기 수용자들의 적극적 구매 의지도 꺾어버렸다.

 

결국 전기자동차 성공의 삼각편대인 기업, 정부, 그리고 소비자가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당장 시장성과가 눈에 보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클린 디젤 자동차 등이 친환경 자동차의 주역이라 주장하며 득세하게 되었다.

 

전기자동차의 명맥은 기존자동차의 디자인이나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발비용을 최소화한 모델로 이어지면서 외관은 기존자동차와 유사해 보이는데 성능은 부족하고 가격은 턱없이 비싼 전기자동차마저 나타나게 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전기자동차 시장은 이렇게 부진한 것일까?

 

lg그룹.

▲전기자동차는 매연과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매력적인 운송수단이다. 그럼에도 아직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사진제공=LG그룹>


전기자동차는 왜 안 팔리는가?

 

광고 매체를 통해 보이는 전기자동차는 참으로 매력적인 수송수단이다. ‘승용차 운전자 대다수는 하루에 2시간 미만으로 승용차를 사용합니다. 하루 평균 80km 미만을 주행하는 운전자는 이제 급등하는 연료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론적으로는 솔깃한 말이었다. 하지만 시장에 소개된 지 5년이 되어가고 본격 출시된 지도 3년 차가 되는 전기자동차의 점유율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아직 0.1% 미만이다. 점유율로만 보면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는 소비자로서는 구매할 만한 가치가 없는 승용차이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는 왜 가치가 없는 자동차라고 인식됐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자. 먼저 전기자동차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조금을 반영해도 동급 기존자동차 대비 최소 20%, 최대 2배까지 비싸다. 평균적으로 자동차 한 대 만드는데 2만여 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은 기존자동차 대비 최소 50%, 최대 80%까지도 줄어든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전체 부품에서 50%가 넘는 부품이 제거되었으니 전체적으로는 가격이 내려가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많이 올라갔다. 한대당 천만 원이 넘는 2차전지 때문이다.

 

가격 인상의 주범인 2차전지의 원가는 기업들의 집중된 투자로 상당 부분 낮아졌고 앞으로도 계속 낮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2차전지 원가 개선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나머지 수천 개의 부품에 대한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이 더 요구되는 상황이다.

 

부품 비교.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의 부품 비교, < > 표시 부품은 전기차에 필요한 신규 부품.

<자료제공=부국증권, LG경제연구원>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한 몫

 

두 번째, 전기자동차를 가족과 함께 마음 편하게 타기에는 아직 안전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다. 사용 후기도 너무 부족하다. 자동차 사고에 비한다면 발생 빈도는 극히 낮지만 언론 매체를 통해 일파만파로 확대하여 해석되는 전기자동차 사고 소식도 불안감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이제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기자동차를 가족과 함께 타기에는 아직 불안한 마음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세 번째, 지금까지 사용하던 자동차와 비교해서 매우 불편하다. 전기자동차는 소음이 없고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자동차로서 기본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을 정도로 제품 완성도가 부족했다. 기존자동차의 20% 수준에 불과한 주행거리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대한 기대는 일찍이 저버렸다고 해도 최고 속력 수준은 기존 대비 상당히 부족하다.

 

가끔 도로 상에서 보이는 ‘저속 전기자동차 진입 금지’ 팻말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몇 분, 길어야 십 여분이면 주유에 이어 자동세차까지 가능한 기존 주유 습관에 비해 빨라야 몇십 분이고 평균 4시간 이상이 필요한 충전의 불편함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의 기본 성능인 주행거리, 최고 속력 등이 부족함은 물론 냉난방도 맘대로 가동할 수 없는 전기자동차는 불완전한 제품이었고 소비자도 그렇게 인식했다. 기존자동차는 엔진의 폐열을 활용해 히터를 가동하였지만, 전기자동차의 히터는 코일을 감는 방식으로서 전력소모가 막대하다. 따라서 상온에서는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전기자동차도 히터를 가동하면 주행거리가 급격히 감소한다. 히터나 에어컨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을까?

 

자동차 모터룸 (서울시).

▲2차전지 등의 높은 부품 가격은 전기차를 외면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사진제공=서울시>


긴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

 

마지막으로 전기자동차만의 고유한 매력을 찾기가 어려웠다.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색다른 디자인으로 형성한 전기자동차만의 특별함이 없었다. 엔진뿐 아니라 수천 개의 부품이 불필요한 전기자동차에는 다양한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다.

 

기존자동차의 배기, 냉각 시스템 등은 불필요해지고 연료 공급이나 구동에 필요한 부분도 놀랄 만큼 간단해진다. 운전석 옆에 항상 있는 기어박스가 사라진 자리를 운전자의 감성을 충족시킬 다른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가 기존자동차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차별적 디자인으로 남성 운전자에게는 도전적인 초기 수용자로서 자긍심을 부여하고, 여성 운전자는 흔치 않은 명품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안겨주었다면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과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했을지도 모른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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