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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다. 그러나 아직 배출권 할당, 유상할당

 제외업종 등 결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산업경쟁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배출권거래제의 균형 있는 실행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배출권 할당, 유상할당 제외업종 지정 등 구체화 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 의사결정에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편집자 주>

 

배출권거래제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은 시행령이 11월15일 확정·공포됐다. 지난 5월 산업계 반대로 논란이 많았던 배출권거래제가 여야 합의로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후 약 7개월 만에 구체적인 시행방안까지 확정된 것이다. 2015년 제도 시행까지는 만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2014년에 정부와 기업간 구체적인 배출권 협상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무관청, 환경부로 일원화

 

1 배출권.
▲배출권거래제 시행령 제정과정<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지난 5월 법안이 통과된 후 녹색성장위원회는 배출권거래제 시행령과 관련하여 지난 7월 입법예고안을 발표했으며 8월에는 공청회를 개최, 산업계와 학계, NGO 등 주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시행령 입법예고안이 담고 있는 주요사항은 배출권거래제의 주무관청과 계획기간별 무상할당 비율, 그리고 국제경쟁력을 고려한 유상할당 제외 업종 지정 등이다.

 

주무관청은 환경부 단일기관 체제로 정리됐다.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 등이 부문별 관장체계를 주장했으나 최종적으로 제도 운영의 객관성과 신뢰성, 행정의 효율성을 이유로 환경부가 단일 주무관청으로 지정되었다. 배출권거래제에서 가장 중요한 할당위원회의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되나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실질적 권한은 환경부가 확보하게 됐다.

 

계획기간별 배출권 무상할당 비율을 보면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하여 제도가 처음 시행되는 1차 계획기간(2015년~2017년)에는 100%, 2차 계획기간(2018년~2020년)에는 97%, 3차 이후(2021년~)에는 90% 이하를 무상 할당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무상할당비율이 중요한 것은 결국 무상이 아닌 유상으로 할당 받는 배출권에 대해서는 기업이 비용을 부담하고 사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앞서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EU의 경우 경매방식으로 유상할당 비용을 결정하고 있으며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유상할당 비용은 배출권 가격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무상할당이 줄어드는 만큼 배출 할당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업종에 따라서는 배출권 할당량의 100%를 무상할당 받는 경우도 있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라 과도하게 생산비용이 높아지거나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업종의 경우 100% 무상할당을 통해 유상할당에 따른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유상할당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보면 ① 생산비용발생도가 5% 이상이고 무역집약도가 10% 이상인 업종이거나, ② 생산비용발생도가 30% 이상인 업종, 또는 ③ 무역집약도가 30% 이상인 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이는 EU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은 생산비용발생도나 무역집약도는 산정 기준이 개별 기업이 아닌 업종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개별 기업의 배출권거래제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가 크거나 무역 비중이 높아도 해당 업종이 무상할당 대상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2 배출권.
▲온실가스 감축 및 유상할당 비용 부담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무상할당 기준 ‘업체’ 아닌 ‘업종’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산업계가 받게 될 영향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먼저 직접적인 영향으로 온실가스 감축 압력과 유상할당 비용 부담이다. 기업 입장에서 온실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는 기술이나 설비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감축 비용이 시장 가격보다 높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할 수도 있다.

 

특히 유상할당을 받을 경우 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2차 계획기간까지는 배출 할당량의 3% 수준이나 3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는 2021년부터는 10% 이상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유상 할당은 자체적인 감축 노력이나 유상할당 제외 업종에 속하면 어느 정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부담이 되는 부분은 전기료 인상과 원재료․부품 등 간접적인 영향에 의한 비용 상승이다.

 

정부에서 제시한 부문별 감축목표를 보면 수송 부 문 이 2020년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4.3%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이 건물(26.9%), 발전(26.7%) 부문이다. 산업부문의 경우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비율이 7.1%3인 점을 고려하며 발전부문의 감축목표 26.7%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와 화석에너지 등 발전 연료 가격 상승까지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 상승 요인이다. 금년 7월부터 배출권 고정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발전업체들이 약 7%의 전기료 추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EU의 경우에도 200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초기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3 배출권.
▲배출권거래제 시행에 따른 산업계 영향<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경기 부진으로 불확실성 증가

 

최근 산업계 일각에서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해 무용론도 대두하고 있다.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고려할 때 과연 배출권거래제가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배출권거래제에서 가장 앞서 있는 EU도 재정위기 여파로 경기가 침체하면서 배출권 가격이 급락해 난관에 처해 있으며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일부 지역단위로만 시행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최근 EU는 경기침체로 제조업의 생산이 줄어들면서 배출권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은 많으나 사줄 기업은 없어 시장이 위축되고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국내한 일간지에서는 외신을 인용, 배출권거래제를 ‘완벽한 조크(joke)’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EU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도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 원전가동을 줄이면서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한 전기 생산이 증가, 전력회사 10개사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전년 대비 29%나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셰일가스가 생산되면서 신재생에너지보다는 가스를 활용한 전력생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배출권거래제가 현 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과연 차기정부에서 이 정책을 어느 정도 중요성을 가지고 추진할 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경기침체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한 축인 전기차, 태양광 등의 녹색산업 성장이 더딘 가운데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우리와 경쟁을 벌이는 중국, 일본 등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소극적인데 우리만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4 배출권.

▲2020년 BAU 대비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

이제 배출권거래제 시행까지 만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 안에는 우리나라에 탄소배출권거래를 담당할 거래소도 생긴다고 한다.

 

지난 10월 20일에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 사무국 유치가 발표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지속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아직 GCF의 규모나 위상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면이 있으나 사무국을 유치한 국가로서 GCF의 성공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는 아직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체계가 마련되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EU는 지난 연말 남아공 더반에서 기후변화협약 총회가 있기 전 정부에 2020년 이후에는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합류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기업, 장·단기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이와 같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분위기와 최근의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과연 배출권거래제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시행될 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제도의 핵심인 배출권 할당은 제도 시행 직전인 2014년에야 결정된다. 또한 유상할당에서 제외되는 업종이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업종 분류기준, 단일업종의 범위 등도 구체화되지 않아 기업 및 경제주체들 입장에서는 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을 미리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2014년까지 상황을 주시하면서 기다리기에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에 의한 생산원가 상승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및 유상할당에 따른 비용뿐만 아니라 전기료 인상도 같이 고려, 일차적으로 에너지 절감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투자 리스크가 높아지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과 같이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장치산업의 경우 한번 신규설비에 투자하면 20년 이상 운영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의사결정과정에서 향후 배출권거래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 비용과 설비투자 통한 감축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 최적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장·단기적 대비는 비록 배출권거래제가 여러 가지 이유로 기대 대비 약화될지라도 에너지 절감을 통한 코스트(Cost)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의 균형 잡힌 시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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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쟁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배출권거래제의 균형 있는 실행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산업경쟁력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배출권거래제의 균형 있는 실행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GCF의 성공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타 국가에 모범이 될 수 있는 온실가스 규제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흐름과 경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앞서 제도를 시행하는 EU의 경우에도 이미 여러 부작용을 겪은 바 있다. 특히 경기가 나쁠 때 과거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량을 할당하면 기업운영 실패로 생산량이 급감한 기업의 경우, 배출권을 팔아 이윤을 챙기는 횡재수익(Windfall Profit)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경쟁국 대비 지나치게 강한 규제가 적용되면 기업은 생산기지를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이전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전개되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원래 목적도 달성할 수 없다.

 

결국 국제적인 흐름과 경기, 기업의 경쟁력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시장을 유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아직 제도적으로 불확실하고 불명확한 부분에 대해서는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최대한 기업의 사전 대비를 위해 분명하고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제도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

 

<자료제공=LG경제연구원·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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