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팟캐스트가 이번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는 ‘채식’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환경적 측면 역시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의학(황성수클리닉 황성수 원장), 철학(강원대학교 최훈 교수), 3가지 측면에서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3 러브미텐더.

▲지난해 환경영화제에 출품된 러브미텐더는 고기 없이 못 사는 사람들 때문에 지구가

 못살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진다. <사진=환경영화제조직위원회>


김익수 편집대표 (이하 김) :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국사회가 과연 육식문화에 얼마나 길들어 있는지를 짚어봤으면 합니다. 한국 사람들 고기 얼마나 드시는지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자료를 봤는데요, 2011년 한 해 돼지고기 57만 4천톤, 닭고기 45만 6천톤, 쇠고기 21만 6천톤을 소비했네요.

 

1인당으로 나누면 돼지 19㎏, 닭 11.4㎏, 소 10.2㎏인데요. 합하니까 1년에 한 사람이 고기를 40kg 이상 먹은 셈입니다. 계란은 232개로 나왔네요. 그럼 채식은 뭡니까? 채식 혹은 채식주의 범위 정의를 듣고 싶습니다.

 

별난 사람들의 식습관이 아니다

 

황성수 원장(이하 황) : 간단히 말해 채식이라는 것은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을 일절 먹지 않고 식물성 식품만 먹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고기, 생선, 계란을 먹지 않고 곡식, 채소, 과일 3가지만 먹는 것입니다. 그런데 좀 별난 사람들의 식습관이라고 생각해서 굳이 ‘채식주의’라는 말을 붙이는 것 같습니다.

 

하승수 공동위원장(이하 하) :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황 원장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순수한 채식도 있고 저 같은 경우는 육고기는 먹지 않지만 해산물이나 달걀은 가끔 먹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채식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씩 줄여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훈 교수(이하 최) : 아주 극단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비건(vegun) 이라고 하는데 고기, 생선은 물론이고 부산물들, 예를 들어 달걀이나 우유까지 안 드십니다. 저도 가끔 생선은 먹는지라 채식주의라고 부르기는 조금 부끄럽습니다.

 

김 : 지난해 5월 환경영화제가 서울에서 열렸지요. 출품된 작품 가운데 ‘러브미텐더(Love meat ender)’를 보면 고기 없이 못사는 사람들이 나오는데, ‘고기 때문에 지구가 못살 수도 있다’는 경고를 던집니다. 채식이 단순히 개인 취향을 넘어 지구를 구하는 환경운동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일까요?

 

하 : UN 반기문 사무총장님께서 올해 숙제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육식과 기후변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예전에 소, 닭, 돼지 등을 키울 때는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이 아니었습니다. 공장식 축산에 사용되는 사료 때문에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축이 내뿜는 트림, 분뇨로 인해 매우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축산업에서 나오는 전체 온실가스가 대략 18%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는 자동차 등의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보다 더 많은 양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줄이는 것은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고기 대부분이 공장식 축산에서 만들기 때문에 육식과 기후변화는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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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수 원장 “금연할 권리가 있듯 고기를 먹지 않을 권리가 있다”

왜 고기는 안 되고 식물은 되나?

 

김 : 최훈 교수님은 얼마 전 채식과 윤리에 관한 책을 쓰셨는데요…. 제목이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맞지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2012년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당선작’으로 선정도 되셨네요. 그런데 인간이 다른 생물을 먹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왜 동물은 먹으면 안 되고 식물은 먹어도 되나?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 : 방금 하신 말씀이 바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윤리적인 사고입니다. 도덕적 사고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 고통을 주지 말자는 것입니다. 육식을 한다는 것은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고 과거와 달리 공장식 축산 탓에 기르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통을 주게 됩니다.

 

일부에서는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동물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보고 느낄 수 있습니다.

 

김 : 채식이 좋은 것은 알겠지만, 채식만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채울 수 있겠습니까? 특히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운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는데요…. 또 채식은 그냥 고기 아닌 것 알아서 먹으면 되는 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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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공동위원장 “축산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교통수단보다 많다”

모유보다 현미에 단백질 많아

 

황 : 어린아이는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이 완전 채식을 했을 때 오히려 건강이 좋아집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아이가 막 태어나서 오로지 모유를 먹고 자라면 1년 만에 자기 몸무게가 2~3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그런데 모유에는 단백질이 7%밖에 없습니다. 이런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미에는 단백질이 8%가 들어 있습니다. 곡식, 채소, 과일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고 필요하지 않은 성분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아 매우 안전한 식품입니다. 채식을 할 때 주의할 것이 있는데, 곡식을 너무 적게 먹으면 저체중이 되므로 적당량, 자기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양을 먹어야 합니다. 채소와 과일 역시 적당하게 먹으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김 : 먹어보면서 자기에게 적당한 양이 조절되겠군요?

 

황 : 그렇죠. 채소를 많이 먹어서 배를 채우게 되면 대신 곡식을 적게 먹게 돼 저체중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자기에게 적당한 양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먹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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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훈 교수 “도살은 물론, 사육 과정에서도 동물에게 고통 주고 있다”

“진실을 안다면 식습관 바꿀 것”

 

김 : 채식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과 생각에 달린 것이기는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채식을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하 : 많은 분들이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생산되고 지구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최훈 교수님이 쓰신 책을 제 아내가 읽고서 ‘나도 윤리적 측면의 채식주의자가 돼야겠다’라는 결심을 밝혔습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되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먹는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사회 전체가 채식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다못해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급식에서도 채식하는 분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회사 회식문화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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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육식을 하지 않아도 인체에

 필요한 모든 영양 공급은 물론, 불필요한 물질이

 없어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김 : 그렇지만 ‘채식이 좋다’고 해서 육식 즐기는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가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식습관이라는 것이 한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내려온 문화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육식을 포기하면 당장 생각해도 수백 가지 요리를 버리거나 재료를 바꿔야 할 텐데…. 사회적 파장 같은 건 없을까요?

 

최 : 육식이라는 것이 수천년 내려온 문화라는 것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고기를 수천년 먹었어도 지금처럼 많이 먹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통문화는 지금보다 훨씬 적게 먹는 것입니다. 물론 채식운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육식을 완전히 끊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고기를 지금보다 적게 먹는 문화를 통해 공장식 축산을 없애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더 낫다고 봅니다.

 

김 :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먹더라도 될 수 있으면 육식을 줄이는 것, 공장식 축산이 아닌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사육방법을 택하는 것이 당장 실천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채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종 식이요법이나 클리닉 등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내용이 쏟아지면서 우려도 되는데요. 올바른 채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채식을 실천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분들을 위한 조언은 없을까요?

 

“채식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황 : 우려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반짝 유행하는 다이어트입니다. 몸을 상하게 하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했을 때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균형 잡힌 곡식·채소·과일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가공을 적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몸에 무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이 많이 발달했지만 가장 간단한 병은 치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명 중의 1명은 고혈압, 당뇨 환자라고 할 정도인데, 이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희귀한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것과 달리 흔한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고혈압, 당뇨, 많은 비율의 암은 음식만 바꾼다면 어렵지 않게 나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음식문화를 바로 잡는 것입니다.

 

채식식단.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채식 식당에서 직접 채식을 경험했다.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채식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김 :
끝으로 정리발언 부탁합니다.

 

하 : 육식을 금지할 수는 없습니다만, 공급 측면에서 공장식 축산을 동물복지 축산으로 바꿔나갈 수는 있습니다. 소비 측면에서 봤을 때는 정확한 정보를 시민에게 알리고 공공급식부터 채식하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바꿔야겠습니다.

 

최 : 채식을 하는 사람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위의 시선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담배를 못 피우거나 술을 못 마시는 사람들에게 강권하는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잖아요? 육식 역시 마찬가지로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심지어 권하는 사람도 있는데, 남을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생긴다면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진.

▲팟캐스트 참석자들은 채식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황 :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권리가 있듯이 고기·생선·계란을 먹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에서는 채식할 수 있는데, 밖에서는 못하는 형편이라서 저는 단체급식에 매우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학교, 직장, 군대에서 단체급식을 할 때 채식을 하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비용 면에서도 훨씬 적게 들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김 : 3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채식,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채식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굶주림, 연료부족, 기후변화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한 환경사랑 실천이기도 합니다. 채식은 또한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실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환경일보 팟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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