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환경일보 팟토크가 이번에는 이웃 간 불화의 원인 ‘층간소음’ 문제를 다뤄봤다. 특히 지난 설연휴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와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김영성 대리와 함께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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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다툼이 없었을까? 층간소음은 건축구조만의 문제가

 아닌 이웃 간의 단절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도 크다.


김익수 편집대표(이하 김 대표)
: 지난 설연휴, 끔찍한 사고 소식이 들렸습니다. 명절을 맞아 노부모를 뵈러 온 30대 형제가 40대 이웃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한순간에 운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진 데는 층간소음이 원인이었는데요. 이웃이 시끄럽게 군다고 해서 어떻게 살인까지 일어날 수 있느냐, 뭐 이런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또 한편으로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는 데는 부실한 시공도 원인이겠지만, 분노를 참지 못하는 개인과 사회의 문제 역시 큰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주거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의 주된 원인으로 아이가 뛰는 소리, 어른 발소리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망치로 못 박는 소리나 가구 옮길 때 끌리는 소리는 얼마 안 되네요.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을 접수하는 국내최초 기구죠? 김영성 대리께서 약 300회에 달하는 분쟁조정 경험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김영성 대리 (이하 김 대리) : 저희 센터는 지난해 3월에 개소해 12월 말까지 전화상담만 약 7000건을 받았습니다. 지자체 민원의 2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주로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의 발걸음 소리가 원인이었습니다.

 

김 대표 : 층간소음이 살인까지 벌어질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나요?

 

사적 공간 침해, 더 큰 분노

 

곽금주 교수.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 사회 이웃 간의 마음의 벽이 얼마나 견고한지

 보여주는 사례”

 

곽금주 교수 (이하 곽 교수) : 사무실에서 들리는 소음과 집에서 들리는 소음은 전혀 다릅니다. 인간에게 집은 나만의 사적 공간이기 때문에 침해당하는 것에 대해 굉장한 불안심리와 분노가 생깁니다. 왜 내 사적 공간을 침해하느냐, 이런 심리가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불안한 심리, 화가 더 커지게 됩니다.

김 대표 : 현장에서는 어떻습니까?

 

김 대리 : 현장에 나가보면 “나는 살인까지 한 사람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층간소음 관련한 강력사건은 이번뿐 아니라 매년 한두 건씩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래층에서 자기의 사적 공간이 보호받고 싶어하는 만큼 위층 역시 자기의 생활을 보호받고 싶어합니다. 시끄럽다는 항의를 받으면 이것 역시 사생활 침해가 됩니다. 발꿈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위층에서는 “나는 본래대로 걷는 것인데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느냐? 아래층에서 왜 내 생활습관까지 간섭하느냐?” 이런 반발을 불러오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활습관이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아래층에서는 항의를 반복해도 소음이 줄어들지 않으면 ‘아, 내가 무시를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분노가 쌓이게 됩니다.

 

곽 교수 : 인간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받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당신의 걷는 방식이 잘못됐다’라고 몇십 년 습관에 대해 ‘감히’ 지적을 받게 될 때 옳고 그름을 떠나서 먼저 감정이 상하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사람의 특성상 ‘너는 내 편이냐, 아니냐?’를 따지면서 ‘너는 나쁜 편’ 이렇게 가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집니다.

 

한국 사람들이 남북대치 상황 때문인지 몰라도 양극화가 심합니다.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는 편견이 아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일단 아랫집을 나쁜 편으로 규정지으면 이후 화해하거나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어려워집니다.

 

“당신이 뭔데 내 걷는 습관을?”

 

김영성 대리.

▲한국환경공단 김영성 대리 “내 의견이 충분히

전달됐고 위층 사람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느끼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김 대리 : 이런 대화가 2~3번만 반복되면 아래층은 위층 사람을 ‘매너 없는 사람’, ‘자기를 무시하는 사람’,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위층 사람은 아래층 사람을 ‘정말 민감한 이웃’, ‘피해야 할 이웃’으로 생각하고 항의가 5번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아예 문을 안 열어줍니다.

 

김 대표 :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수년간 계속되는 사례가 많은데요,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변합니까?

 

김 대리 : 현장을 방문했을 때 해결방법의 판단기준은 6개월이 지났느냐입니다. 6개월 이전이라면 아직은 감정이 많이 상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합니다. 하지만 6개월, 1년이 지나면 서로에 주고받은 감정적 상처들을 많이 쏟아냅니다.

 

2년 이상, 어떤 분은 8년 넘게 겪으신 분들도 계신 데, 이런 분들은 이미 상호 간에 신뢰관계가 끊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조심해봤자 아래층은 또 올라올 것이다’, ‘말해봐야 또 시끄럽게 굴 것이다’ 이런 편견이 뿌리 깊게 박힌 상태라서 상담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김 대표 :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 보니 많이 충동적이고 공격적이죠?

 

곽 교수 :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사람의 공격성이 함께 높아진다는 외국의 연구 자료들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아파트죠. 아파트 생활이 본격화되면서 매우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독일의 연구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과 시외에 사는 사람의 뇌를 비교해보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특히 감정을 조절하고 억제하는 부위가 작은 자극에도 활성화되고 통제가 상대적으로 안 된다고 합니다. 도시인들이 작은 자극에도 더 흥분하고 이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거죠.

 

서울이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도시고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하면서 물질주의가 만연하고 경쟁에 시달리면서 사람들이 작은 더 많이 자극을 받는 것 같습니다. 위층의 작은 발걸음도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는 더 크게 들리지 않겠습니까? 현대사회의 공격성과 폭력성이 더 심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흥분하는 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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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과 아래층 상호 간의 불신이 쌓이면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고 오해가 커져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려워진다.

김 대표 : 아파트 특성상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데, 어떻습니까?

 

김 대리 : 아래층에 가보면 소음피해를 당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생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나는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다. 아래층에 가서 물어봐라’라며 윗집과 자신을 분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것이 공동사회의 매너인데 위층은 그런 것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위층에 올라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위층에서도 발걸음 소리 정도는 나지만 아파트이기 때문에 나는 이해하고 산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하면 어떻게 살겠는가?’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기준이 맞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기준을 좁힐 것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두 집 사이에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때는 위층에 맞추고 어떤 때는 아래층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 재우는 시간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만 앞당겨도 아래층에 사는 노부부는 수면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한발씩만 양보하면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미 감정이 상한 상태라면 ‘아래층 사람이기 때문에 못해준다’ 이런 경우가 많아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김 대표 : 우리 국민의 65%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91%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법적 기준을 강화했는데 대부분 아파트가 법 개정 이전에 만들어져서 많은 입주자들이 여전히 소음을 겪으며 살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렇다고 최근에 지은 아파트도 그리 조용하지는 않은데요, 표준바닥구조가 적용된 준공연도 2009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서도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고 있고 이전 아파트와 별 차이를 못 느낀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해도 많다는데요?

 

김 대리 : 아래층이 소음피해를 당했다면 70~80%는 위층이 원인이 맞습니다. 그런데 20~30%는 위층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생한 소음입니다. 이미 감정이 상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 소음을 가지고 항의하면 위층에서는 ‘무슨 소리냐? 나는 자고 있었다’ 이러면서 오해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고 경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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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기준이 강화된 이후 지은 집 역시 층간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하는 형편이다.

곽 교수 : 층간소음 문제는 소음 자체보다 내가 이렇게 괴로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나의 의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갈등이 증폭됩니다. ‘위층 사람이 나를 무시한다’라고 생각하면 작은 소리도 더 크게 들립니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심리상 사람은 더 민감해집니다.

 

김 대표 : 층간소음 때문에 고소·고발도 나오고 처벌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지자체도 나오고 있는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는 어떤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김 대리 : 위층에 사는 분들이 24시간 물건 하나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산다는 것도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경우’가 됩니다. 그러나 아래층에 있는 분들이 처음부터 위층의 소음에 민감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최초에 아래층에서 층간소음으로 항의가 들어왔을 때 위층에서는 먼저 대화로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언제 시끄러운지, 왜 시끄러운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에 대해 ‘조심하겠다’라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면 아래층에서는 ‘내 의견이 충분히 전달됐고 위층 사람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다’라고 느끼게 돼 층간소음 문제가 분쟁까지 다다르지 않고 뜻밖에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경찰을 부른다거나 하면 한국 사람의 특성상 ‘아니 내가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고 경찰까지 부르는가?’라며 반발심을 불러와 관계를 악화시킵니다. 센터에서는 위층에는 아래층 입장을, 아래층에는 위층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구합니다.

 

위층에는 발뒤꿈치 들고 걷는 것이 불편하다면 슬리퍼를 신어서 편하게 생활하는 방법을 권하고 아래층에는 ‘위층에서 이렇게 소음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믿고 조금만 참아달라’라고 설득합니다.

 

이웃과 눈인사라도 나누시나요?

 

국장님.

▲김익수 편집대표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층간소음 문제륻 더 증폭시켰다”

곽 교수 : 위층에서 만약 베란다 공사를 할 때 사전에 ‘공사를 하기 때문에 시끄러울 수 있으니 양해 부탁합니다’ 이렇게 미리 알려주기만 해도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공사 소음이 들리면 일단 기분이 상합니다.

 

‘위층에서 실제로 노력하고 있다, 당신을 배려하고 있다’ 이런 느낌만 받아도 자신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에 분쟁이 줄어듭니다.

 

너무 오래가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시끄럽다고 당장 항의하는 것보다 중간에 중재하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이 이웃 간에 인사라도 하는 사이라면 소리가 좀 더 작게 들릴 수 있고 말하기도 편합니다. 아파트에서 같은 층에 사는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하잖아요? 아는 척하기도 그렇고 모르는 척하기도 그렇고….

 

층간소음 문제는 우리 사회 이웃 간의 마음의 벽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하다못해 눈인사라도 주고받는 사이라면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는 없을 겁니다.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이를 외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함께 이웃한 사람들, 특히 우리 아줌마들 얼마나 수다를 즐깁니까?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은 각박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 이벤트, 파티, 모임 이런 것만 있어도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김 대표 :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층간소음 문제를 더 증폭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고 토론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교육, 이런 것들이 우리 생활에서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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