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세계가 물 때문에 힘들어한다. ‘대한민국이 물 부족국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막상 생활에서 물을 아끼는 모습은 보기 어렵다. 많은 국민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든 수돗물을 믿지 못해 생수로 걸러 먹거나 생수를 사 먹고 있다. 우리는 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일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병국 선임연구위원과 한국상하수도협회 심유섭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전체 사진.

▲국민 대부분이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이며 물 부족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는 국민은 많지 않다.


김익수 편집대표(이하 김) :
최근 들어 ‘물 부족 국가’, ‘물 스트레스 국가’, ‘물 안보’ 등 생소한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80%가 물 안보 위험에 노출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인간이 물을 독점하고 있다

 

이병국 박사.

▲KEI 이병국 선임연구위원 “물 복지는

 과연 인간만을 위한 것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복지라는 개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이병국 선임연구위원(이하 이) :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뭄이 심해서 논바닥이 갈라지고 수돗물이 안 나와야 조금 실감을 하겠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의 물 사용량과 공급량을 수치로 보면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루에 1인당 사용하는 물이 330ℓ 정도 됩니다. 그리고 빗물의 하루 이용량이 1.8톤 정도 되는데, 여기에는 농업용수, 하천유지용수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면 7.9톤이 넘는 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본래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만 가지고는 현재의 풍요로운 생활을 계속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한국은 축산물 대부분을 수입하고, 자원을 해외에서 들여와 재가공해서 수출해야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물을 확보하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 연평균 1400㎖의 비가 내리는데 만약 절반만 내렸다, 예전에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국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습니다. 사람은 펌프장, 정수장 등을 통해 물을 공급 받지만 정작 예전에 물이 흘렀던 하천에 살던 생물들은 물을 빼앗긴 것입니다. 사람보다 하천에 사는 생물들이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농어촌 상하수도 보급률 저조

 

심유섭 팀장.

▲대한상하수도협회 심유섭 팀장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 볼 때도 물값이 너무

 낮아서 절수나 물 절약 요인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김 : 전 세계적으로 첨단기술이 발전했다는 우리나라가 물에 있어서만큼은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는 이야기네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상하수도 보급률을 얼마나 됩니까? 듣기로 도시와 농어촌 간 격차가 크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심유섭 팀장(이하 심) : 우리나라 상하수도 보급률은 2011년 말 기준으로 상수도 보급률이 97.9%, 하수도 보급률이 90.9%로 수치상으로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그러나 농어촌과 같은 면 단위 지역은 상수도 보급률이 86.7%이고 실제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제외하면 58.8%로 아직 낮은 수준입니다. 하수도 보급률 또한 군 단위 지역이 59.5%로 낮고 특히 면 지역은 38.7% 수준으로 더 낮아서 전체적으로 도시와 농어촌의 상하수도 서비스 수준에서 격차가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 ‘물 안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이 귀한 시대가 됐는데, 우리나라 물값은 너무 싼 것 아닌가요? 더군다나 산간벽지 등은 수도를 연결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보급률마저 저조한데, 너무 낮은 물값이 과도한 물소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심 : 우리나라 물값이 너무 싼 것은 사실입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국평균 상수도 요금은 톤당 약 620원으로 생산원가의 76.1% 수준입니다. 이를 생수와 비교하자면 생수는 톤당 50만원 정도입니다. 엄청난 차이인 거죠.

 

더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요금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라 원가가 상승하면서 요금 현실화율이 최근 10여 년간 계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상수도에서 연간 약 1조원 이상의 부채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요금이 대도시보다 인구밀도가 낮고 재정여건이 좋은 않은 소규모 지자체에서 요금이 더 비싸다는 것이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요금이 많게는 3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해 볼 때도 물값이 너무 낮아서 절수나 물 절약 요인이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수도요금은 더 심각한데, 요금 자체가 상수도요금 일부분으로 책정돼 일부 시민들은 하수도요금을 내는 줄도 모르고 있으며 2011년 말 기준으로 전국평균 289.4원/㎥로 처리원가의 35.8% 수준입니다. 정부지원금이 하수도재정의 30%를 충당하고 있지만 하수도재투자를 위해서 재정건전성이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꼭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수돗물을 만들어도 직접 마시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빨래와 설겆이에 사용하기에는 물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너무 많다.


현실 반영하면 물값 3~7배 올라

 

이 : 다른 나라를 보면 하수도요금이 통상 상수도요금보다 비쌉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상수도요금이 더 비쌉니다. 1976년에 청계천 하수처리장이 만들면서 요금을 받으려 했는데, 시민 대부분이 ‘물은 받아서 먹고 버리는 거지, 돈은 무슨 돈이냐?’라는 인식에 팽배해서 이른바 ‘조세저항’이 강했습니다. 어떻게 물에 돈을 받느냐는 것이죠. 당시 건설부가 요금체계를 세우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거의 10년이나 걸렸고 상수도 요금의 25%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방금 심 팀장이 말씀하신 물 요금 산정방법을 보면 운영비만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도로가 낡으면 고치고 새로 만들어야 하듯 상하수시설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런 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이 내는 다른 세금으로 물값을 지원하고 있어서 가격이 낮은 것이지 실제 물값을 제대로 계산한다면 3~7배 이상 올라야 정상적인 물값이 됩니다.

 

김 :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여러 가지 영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물’이라는데요. ‘물 안보’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나 대비됐습니까?

 

이 :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 지구온도가 올라가고 있고 한반도는 평균속도보다 훨씬 빠릅니다. 온도가 1℃ 올라가면 대기가 7% 수증기를 더 많이 함유할 수 있습니다. 4.5℃ 정도 올라간다면 대기는 30%의 수증기를 더 많이 갖게 되고 이것이 어느 곳에서든 터지면 대만이 3~4년 전에 겪었던 것처럼 엄청난 홍수가 일어납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러한 홍수나 가뭄이 일어나면 견딜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일단 우리나라는 수리시설이 잘 된 편입니다. 댐도 많고 저수지도 많지만 예년 평균 강우량의 절반만 내리면 견디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2년만 반복되면 매우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합니다.

 

팔당에서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인구가 2000만이 넘는데 만약 광역상수관 몇 개만 고장이 나도 이걸 수리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수도의 복관화가 안 됐기 때문에 고장 나면 어딘가는 단수해야 합니다.

 

습지.

▲문명의 발전과 함께 인간이 필요로 하는 물도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다른

생물에게 필요한 물을 빼앗았다.


‘수돗물 직접 마신다’ 5% 불과

 

김 :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만든 식수를 사람들이 마시는 것이 아니라 빨래나 설거지 용도로 쓰고 먹는 물은 정수기나 생수를 이용한다면 이건 낭비가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심 : 상수도 정책에서 풀어야 할 큰 숙제 중 한가지가 바로 수돗물 음용률 문제입니다. 수돗물 불신문제는 그동안 일관성있는 정책 추진이나 투명성 확보,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등을 통해서 많이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경제여건이나 의식수준이 높아질수록 요구수준도 같이 더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조사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직접 음용률은 5%도 안 되지만 끓여 마시거나 차 또는 음식조리를 포함한 수돗물 음용률은 약 53% 정도 된다고 합니다. 끓여 마시든 직접 마시든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을 위해서는 깨끗한 수돗물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것이 정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적응이 중요하다

 

김 : 지금까지 발생한 온실가스 때문에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후변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하는데요, 이 박사님께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정한 하천공간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이 : 기후변화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원인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선진국은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등은 진척이 더딥니다. 더욱이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온실가스 감축은 방향성을 잃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변동폭이 커진다는 것, 즉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추워진다는 겁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하천을 설계할 때 ‘100년에 한 번 일어날만한 홍수’와 같은 ‘빈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더욱이 연간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같은 빈도라도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치수에 대응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물길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사를 줘서 물이 빠르게 흐르게 하던가, 길을 넓게 만드는 것입니다. 치수 측면에서 보면 대하천에서는 200년 빈도의 물그릇을 확보했지만 KEI에서 500년 빈도의 홍수에서는 어떠한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까 부족한 지역이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500년 빈도라는 것은 그야말로 가끔 일어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다시금 대규모 공사를 벌인다는 것은 어렵고 그보다는 제방이 조금 넘쳤을 때 농지가 침수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보상해주는 방법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 그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시설을 만드는 방법과 함께 농지를 사전에 계약해서 많은 비가 내리면 침수시키고 이를 보상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 공급 서비스 형평성 유지해야

 

국장님.

▲김익수 편집대표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물을

낭비하는 개인의 습관이 물 부족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 : 끝으로 두 분께 묻겠습니다. 요즘 화두가 복지잖아요? 환경 측면에서도 ‘환경복지’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물 복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심 : 물 복지 측면에서 오늘 말씀드렸던 사항들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도시와 농어촌의 상하수도 보급 수준이 차이가 큽니다. 앞으로 물 복지 측면에서 면 단위 이하의 소규모 지자체나 마을단위의 보급사업을 통해 서비스 형평성을 유지해야 하며 또한 더 비싼 수도요금을 내는 지자체에 대해서도 광역단위 운영체계로 통합 개편해 요금수준을 맞춰야 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시민이든 일반 시민이든 수돗물을 직접 마시고자 하는 국민이 있다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상수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물 복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수도요금도 적정한 수준으로 올려야만 재정건전성 확보와 시설 재투자 및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물 복지’ 개념도 시대마다 달라

 

이 : 예전 학창시절에는 배고플 때 학교 운동장에서 수돗물로 물을 채웠고 그것이 복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복지라는 것은 최소한을 공급하는 것이고 더 많은 것을 원할 때는 개인이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 국가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한 달 물값이 커피 3잔 값도 안 되는데 이러한 시대상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복지가 과연 인간만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하천에 물고기가 있거나 숲이 있어야 환경 측면에서 복지를 누린다고 생각할 겁니다.

 

김 : 물관리는 정부가 할 일이 있고 국민이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자신이 환경문제의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깨끗한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물을 낭비하는 개인의 습관이 물 부족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살려면 조금은 불편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획·정리=김경태 기자>

 

환경일보 팟토크 
아이폰 다운로드(https://itunes.apple.com/kr/app/id591323934)
안드로이드 다운로드(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synapsetech.envnews)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