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최근 들어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과제로 공기업들의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에 대해 논의가 한창이다. 정상화 대상 기관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업 중의 하나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이다.

한전이 최종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한전이 전력과 관련된 모든 일을 수행하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송전·배전·판매 부분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설비계획, 계통운용 및 거래는 한국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고 발전은 6개의 발전자회사 및 민간발전회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한전만의 정상화가 전력산업의 정상화로 이어지지 않으며 전력 설비의 계획에서부터 생산·수송·판매에 이르는 가치 전달체계의 전체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에 전력산업의 정상화가 가능하다. 

한전은 전기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서 판매하는 일을 맡고 있다. 민간발전사에서

전기를 비싸게 사서 소매시장에 싸게 팔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한전의 적자가 된다.



어정쩡한 전력산업구조 개편

 

전력시장 구조개편 전·후 비교<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전력산업의 비효율 문제는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로 발전·송전·배전·판매가 한전이라는 하나의 조직에 의해 수행됐다. 전력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전력 생산과 소비의 주체를 실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자 정부는 한전 비효율 제거를 위해 2001년에 이른바 구조개편을 단행했다.

‘발전부문’을 한전으로부터 분리시키고 6개의 회사로 나눴다. 판매 및 배전 회사도 분리하려 했으나 2003년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의해 구조개편은 정지했다. 구조 개편의 중간 단계로 도입한 시장제도를 변동비반영발전시장(CBP: Cost BasedPool)이라고 한다. 이 시장에서는 전기 생산비용(원가)이 시장 운용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렇게 송전·배전·판매 부분은 분리되지 못하고 발전회사도 민간에 매각되지 않고 한전이 100% 주식을 갖는 자회사가 돼 현재까지 그 제도적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2001년 구조개편 추진 이후에 발생한 조직이 ‘한국전력거래소(이하 전력거래소)’다. 전력거래소는 전기사업법에 의해 설립됐는데 주 업무는 전력계획의 수립, 도매거래 및 정산이다.

도매거래는 발전회사와 한전 간의 거래를 의미하는데 발전·송전·배전·판매가 통합된 회사인 경우에는 도매 거래가 없다.

CBP에서 도매가격은 계통한계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이라고 하는데, 특정 시간대에 발전을 하고 있는 발전기 중에서 변동비(연료비)가 가장 많이 드는 발전기의 변동비가 그 시간대의 SMP가 된다.

나머지 발전기는 SMP와 자신의 변동비 차액만큼을 정산 받게 된다. 다만 발전기의 변동비는 발전회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며 비용평가위원회가 발전기의 효율과 연료비로 결정한다. 따라서 어떤 시간대에 효율이 낮고 연료비가 비싼 발전기가 발전을 하게 되면 발전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을 받게 된다.

한전과 최종사용자 간의 소매거래는 전기사업법 제16조에 따른 공급약관에 의해 이뤄진다. 공급약관은 한전에 의해 작성되고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및 전기사업법에 의해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발전원별 전원 구성과 증가율<단위:MW, 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전 세계 유일한 CBP 시장


CBP 시장은 구조개편을 추진하던 중에 설계된 과도기의 시장 모형으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다.

이 시장은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을 분리했고 도매시장은 입찰에 의해 도매가격인 SMP가 결정되는 시장 구조이지만 비용평가위원회가 발전기별 변동비를 고정시켜 놓고 있다. 도매시장은 공급자가 다수이지만 구매자가 한전이라는 한 기업만 존재하므로 사실상 경쟁시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 CBP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업자의 수익이 크지 않아도 투자비용 회수가 쉬워 적정 수준의 설비투자 및 효율적 계통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기의 종류는 다양한데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진행된 이후로 용량 증가가 가장 크게 이뤄진 발전원은 주로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하는 복합화력 발전이다. 복합화력 발전의 용량은 2001년에 1만1436MW였는데, 2013년 말에는 105%가 증가한 2만3473MW이다.

또한 효율이 가장 좋은 복합화력은 50% 이상의 효율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복합화력의 발전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전력계통의 열효율은 더욱 좋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비례관계는 2011년과 2012년에 이르러 다른 양태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복합화력 효율이 증가하고 효율 좋은 복합화력의 발전 비중이 20%를 넘어도 계통 전체의 효율은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1년과 2012년의 계통 전체 열효율은 2006년부터 2008년도의 그것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천연가스를 연료로 하는 복합화력이 크게 늘었음에도 전체 전력 생산의 효율은 좋아지지 않았다.



열효율 지표가 낮아지는 원인을 진단하기에 앞서 열효율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에 대해서 금액으로 환산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발전 열효율을 0.5%p 향상시키면 2012년 기준으로 약 414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열효율 0.1%p의 향상으로 원자력 포함 전체 연료비(약 42조원)의 0.2% 정도(약 829억원)가 절감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능한 원가 절감분을 실현하지 못한 것은 한전 적자의 원인이 되고 최종적으로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동 정지 계획 효율화 필요

CBP 체제에서는 제도의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원가를 줄이는 것이 장·단기적으로 요금을 인하하는 방안이 된다. 이것은 다음의 3가지 방법에 의하여 달성된다.

첫째, 발전설비 구성의 최적화이다. 설비 최적화는 향후 수십년 동안 예측되는 수요 및 가격 조건에서 건설비 및 연료비가 최소화되는 발전원의 조합을 찾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산업이 경쟁 체제인 국가에서는 중앙집권적인 계획이 큰 의미가 없지만 CBP 체제가 유지되는 한 전력설비공급계획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둘째, 기동 정지 계획의 효율화이다. 어떤 특정한 날에 가동 가능한 발전기를 어느 시점에 기동하고 정지시킬 것인가에 대한 계획은 연료비에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운전대기 시간도 연료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발전을 하지 않고 보일러를 가동해 놓은 대기시간이 길수록 열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계통운용의 과학화이다. 모든 발전기의 효율은 발전기가 제작되면서 결정된다. 다만 발전기의 출력 및 외부온도에 따라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기계적 특성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계통을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이 들도록 과학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정부가 보유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만으로 부족한 상황이 오면 전력거래소를 통해 민간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구입하게 된다. 이때 가격은 가장 높은 발전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전력피크는

민간발전사에게 돈 벌 찬스다.


전기사업법에서는 발전우선순위에 의해 계통운영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여기서 발전우선순위의 정의가 무엇이며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평가되는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전 적자를 줄이고, 요금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비용 최소화된 설비를 구성하고 계통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CBP 체제에서 사업자들은 비용을 용량정산금 등으로 보전받기 때문에 효율화를 위한 노력과 사업자들 간의 상호 감시와 시장 감시 기능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법제 수준은 아직 완벽하지 못하다. 따라서 전력산업계 및 관련 당국의 비용최소화를 위한 정책 수단의 실천과 상호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

전력산업계의 비용최소화 노력이 부족하다면 이를 강제 또는 권고하고 관련된 시장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자료제공=국회입법조사처 유재국 박사·정리=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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