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내무부 소속 일개 과에 불과하던 환경과가 환경청·환경처를 거쳐 환경부로 승격하는데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환경을 관리하는 부처의 몸집이 커지고 예산은 많아졌으며 상하수도 보급률은 대폭 높아졌고 쓰레기 분리배출이 정착된 지 20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은 더욱 좋아지고 있을까? <편집자 주>

케이블카만 만들면 관광수입이 극대화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케이블카 논란이 뜨겁다. 환경부는 8월 중으로 설악산 ‘오색삭도’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지만 ‘허가로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두 차례나 반려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물살을 타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대통령의 말 한 마디.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추진 지시와 전경련의 ‘관광활성화’ 논리에 환경부 심사는 어느덧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되면 다음 차례는 지리산이다. 지리산과 접한 경상·전라도 지자체들은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제성이 있건 말건 일단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사업권만 따낸다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장들은 케이블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지시 이후 정부는 대놓고 케이블카에 호의적인 모습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케이블카 규제를 완화시키면서도 다른 한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업 승인을 미루던 모습과 딴판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케이블카 설치와 환경파괴가 무슨 상관이냐”며 “지난 20년 동안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 역시 호의적이다. 환경부 고위 관리는 “과거와 달리 부품을 헬기에 실어 나르기 때문에 환경파괴가 적다”며 개발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헬기로 부품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환경파괴가 적다”고 말한다. 산림에 지주를

설치하고 소음과 진동으로 생태계 영향을 미치는 것도 환경파괴는 아니다.



운영 과정에서 환경파괴 자행


최 부총리가 지적한 것처럼 지난 수십년간 케이블카 사업은 허가를 받지 못했다. 온 국민이 즐기고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자연유산’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의 생각과는 달리 케이블카는 환경을 파괴시켰다. 공사 과정에서도 파괴되지만 운영 과정에서도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덕유산과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등산로와 연결돼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산에 오른 수많은 관광객들이 등산로에 출입하면서 주변 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밀양 가지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는 등산로와 연결되면서 가이드라인을 어겼다.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가 탐방로와 연결을 허가했다. 덕유산 케이블카 역시 설치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탐방로를 폐쇄했다가 케이블카 운영과 함께 탐방로로 연결한 결과 연간 70만명이 덕유산 정상을 찾아 향적봉 구간의 탐방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설악산의 경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립공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등 5개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서식처에는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못한다. 따라서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주요 서식처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황금알 낳는 거위

아울러 케이블카 사업은 국민의 재산인 자연을 이용해 특정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이른바 ‘봉이 김선달’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설악산에서 기존에 운행되고 있는 권금성 케이블카는 45년간 독점 운영되면서 해마다 수십억원의 수익을 남겨 민간사업자의 배를 불리고 있다.

설악산은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1970년에는 국립공원이 됐기 때문에 케이블카 사업이 불가능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특혜’였다.

지난 1971년 첫 운행이 시작된 설악산 케이블카의 사업권을 따낸 이는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한병기씨.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부인 고 김호남씨와 사이에서 낳은 박재옥씨의 남편이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군 사단장 시절 전속부관을 지낸 이로, 박근혜 대통령의 형부에 해당한다.

그가 회장인 설악케이블카(주)의 매출액 99%는 케이블카 운행으로 벌어들이는 돈이다. 2011년 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44년 동안 독점운영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백억원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이 회사는 한병기씨의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조카들이 주식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회사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은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에만 연간 83억원 이상의 세금이 쓰이고 있지만 설악산케이블카는 지난 40년간 한 푼도 쓰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막대한 부를 축적한 만큼 케이블카 사업권 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악산케이블카는 지난 1980년 자연공원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설치됐기 때문에 사업권을 회수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규정에 없는 특혜를 통해 사업권을 내준 만큼 규정을 통해 사업권을 회수할 방법도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남산은, 또 설악산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국가 전체의 자산을 이용해 특정 민간업체의 배를

불리는 것이 특혜가 아니고 무얼까?



똥·오줌 방출한 여수케이블카


이 같은 사정은 남산 케이블카도 마찬가지다. 남산케이블카는 5.16 쿠데타 다음 해인 1962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53년째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마찬가지로 영업허가에 정해진 기한이 없다.

공공시설 내 민간사업의 경우 기부채납 후 일정한 기간 동안만 사업권을 보장하는 방식인 반면 남산케이블카는 해당 법률이 생기기 전에 설립됐기 때문에 자자손손 대를 이어가며 개인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설악산과 달리 남산케이블카의 경우 제재를 가할 기회가 있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09년 운영자인 한국삭도공업이 면허 변경 신청을 했다. 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운영이익 환수나 사업기간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런 조건 없이 허가를 내줘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민간업자가 아닌 지자체가 주도한 사업은 문제가 없을까? 여수시가 ‘전국 최초로 바다 위를 지나는 해상케이블카’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여수해상케이블카는 특혜시비에도 불구 운행을 강행했다가 화장실 똥·오줌물을 무단 배출해 바다로 흘려보냈다.

게다가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운행 허가조건인 주차장 확보도 안 된 상태에서 임시사용 승인을 내줘 편의시설과 부대시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운영돼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또한 해상케이블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체 1.5㎞ 구간 가운데 1/3 구간인 500m 정도만 도심 연안 위를 지나고 나머지 1㎞는 돌산·자산공원 위를 지난다. 이용료도 비싸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 캐빈 요금은 1인당 2만원으로 ‘바가지요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인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보호지역 비율을 높여야 한다.

보호지역을 확대해도 모자를 판에 경제단체들은 줄이자고 아우성이다.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열풍


환경단체들의 비판과 산악인들의 불만에도 케이블카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기존 케이블카 외에 곤돌라를 설치할 계획이고 마지막 남은 자연공간이라는 제주는 물론 전국 곳곳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산지관광특구, 해앙관광특구 등 관광산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추진하는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수산자원보호구역, 공원구역(공원자연보존지구 제외), 보전산지(자연환경보전지역)가 포함될 경우 건축물 등의 용도 종류와 규모 제한을 완화할 수 있는 특례조항을 뒀다”며 “이는 상수원, 보전산지,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입지제한을 피해가기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해양관광진흥지구 지정을 협의할 때 최대 30일 이내에 강제 협의하게 하고 기간내 완료되지 않으면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난개발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개정안은 전경련이 요청하고 정부가 국회 청부입법으로 추진하려 했던 것”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됐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허용 등 산악관광특구제도 도입을 편법으로 다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0년 후, 아니면 20년 후 우리는 전국의 모든 명산에서 케이블카를 보게 될지 모른다. “장애인과 노약자도 명산을 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명산까지 노약자들이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는 길도 닦아 놓지 않고, 버스는커녕 택시조차 이용하기 힘든 인프라는 모른 척 하는 지자체들의 주장이 먹혀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전경련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국토의 2/3인 산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가 많고 제약이 심해 ‘자연을 이용해 돈을 벌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호지역 비율은 국토 면적 대비 10.3%로, OECD 평균 16.4%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이기 때문에 ‘아이치 생물다양성 개선 목표’에 따라 2020년까지 육상은 17%, 연안과 해양지역은 10%까지 보호지역을 확보해야 한다. 보호지역을 확대하는 것도 힘겨운 판에 기존 보호지역까지 줄여 돈을 벌겠다는 자본의 탐욕 앞에 자연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