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대기오염 등 건강영향 ‘하나의 지표’로 평가 가능
‘통합평가 모형 개발 + 리스크 평가’로 정책 수립 지원

 

한반도에서 발생한 이상고온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문별 기후변화 영향 및 취약성 통합평가 모형(MOTIVE) 개발 연구단’에 따르면 이상고온 발생 시 오존 농도가 높아져 건강 악영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한다. 연구단은 기후변화와 오존의 상호작용이 고려된 ‘건강영향 통합평가’를 통해 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적응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본지가 단독으로 MOTIVE 개발 연구단이 진행한 2차년도 건강 부문 연구 내용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지난해 한반도는 ‘이상기상의 연속’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에는 유례없이 짙은 겨울철 황사가 발생했고, 5월에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1973년 이래 5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장마기간에는 강수량이 평년 대비 73% 감소해 최악의 ‘가뭄’이 닥쳤으며,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했다. 11월에는 무려 절반(14.9일) 가까이 가을비가 계속됐으며, 12월은 평균기온 및 평균최저 기온이 가장 높게 나타나 ‘추위 없는 겨울’이라 불렸다.

 

그런데 새해에 들어서는 전국이 얼어붙어 서울의 기온은 영하 18℃까지 떨어졌고 충청과 호남, 제주도에는 30cm가 넘는 폭설이 쏟아지는 등 한반도에 ‘최강 북극 한파’가 찾아왔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기후변화가 한반도의 기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직·간접적 ‘인류 건강’ 위협

기후변화는 인류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접적인 영향은 폭염, 태풍, 홍수 등 기상재해로 인한 건강영향으로, 폭염으로 인한 열적 질환 증가와 초과 사망, 태풍 또는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를 의미한다. 간접적인 영향은 대기오염 증가로 인한 건강영향, 동물매개 감염병 및 수인성, 식품 매개 감염병 등에 의한 건강영향이 있다.

 

대기오염 증가로 인한 건강영향은 기상조건이 대기오염물질의 농도 증가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건강영향 증가를 의미한다. 또한, 동물매개 감염병에 의한 건강영향은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나 진드기 등 곤충 매개체의 생태 환경이 변화돼 감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수인성 감염병에 의한 건강영향은 기후변화가 수질악화 등을 야기해 수인성 감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이상고온 현상이 오존 농도 높여

▲<그림1> 서울시의 기온과 오존 농도의 상관관계. 기온이 증가하면 오존 농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5차 보고서(2014년)는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오염의 건강영향이 변화할 수 있음에 주목하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지표 오존의 농도 증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지표 오존은 대기 중 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메탄 및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광화학적 반응을 통해 형성되는데 이상고온 발생 시 오존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 즉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에 의해 대기 중 오존 농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MOTIVE 개발 연구단(연구단장 한화진, 이하 연구단)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에 따른 건강영향과 그 변화에 대한 정량적 분석을 시도했다.

 

이러한 분석은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오염의 변화와 건강영향, 그리고 영향 정도의 변화에 대해 정량적인 결과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오염의 생성과 농도 변화에 머물러 왔던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영향 정도, 정량적 분석으로 차별화

▲<그림2> 기온이 증가하고 오존 농도가 증가할수록

사망발생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연구단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하종식 박사와 정옥진 연구원은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에 따른 건강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과거(2000~2013년) 서울시의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이상고온 발생 여부와 오존 농도 변화에 따른 사망자수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여름철(5~9월) 일평균기온(℃)과 일최대오존농도(ppb), 일사망자수(명)를 분석한 결과는 <그림1>과 <그림2>, <표1>과 같다.

 

먼저 <그림1>은 서울시의 기온과 오존 농도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온이 증가하면 오존 농도가 증가함을 보여준다. <그림2>는 기온이 증가하고 오존 농도가 증가할수록 사망발생 위험이 시너지 효과를 보여 더 급격히 증가함을 보여준다. 이때 사망발생 위험은 일별평균기온 26.9℃, 일별최대오존 37ppb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를 역치(Threshold,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치)로 정의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표1>은 이러한 역치를 고려해 오존의 사망발생 영향을 기온 수준별로 추정한 결과다. 오존 농도 증가에 따른 사망자수는 기온이 26.9℃ 이상일 때가 이하일 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오존 농도가 37ppb 이상이고 기온이 26.9℃ 이하일 때에는 오존 농도 1ppb 증가에 따른 사망자수가 0.99%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기온이 26.9℃ 이상일 때는 오존 농도 1ppb 증가에 따른 사망자수가 1.29%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즉 오존 농도 37ppb 이상에서 1ppb 증가에 따른 사망자수 증가율은 기온 26.9℃ 이상일 때가 이하일 때보다 약 0.3% 더 높다.

 

▲<표1> 기온 수준에 따른 오존의 사망발생 영향 추정 결과. 오존 농도 37ppb 이상에서 1ppb 증가에 따른 사망자수 증가율은 기온 26.9℃ 이상일 때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건강은 더 악화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아울러 국립재난안전연구원(2014년)에서 한반도의 폭염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해 폭염 예측 시나리오를 정리한 결과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이상고온 발생일수가 현재보다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각해질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상호연계 고려한 통합모형 개발 필수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고온과 오존의 상호작용에 따른 건강영향 평가 는 관련성(Relationship)에 대한 정량화를 넘어 향후 지역사회의 건강 부담(초과사망자수, 경제적 피해 등)을 산출하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연구단은 이외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감염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주요 건강영향의 요소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재해, 특히 폭염으로 인한 건강영향이 가장 심각할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과 습도의 변화는 곤충의 생활환경을 변화시킴으로 인해 말라리아, 뎅기열, 쯔쯔가무시병 등의 발병을 증가시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내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대기오염, 감염병과 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개별 요소별 평가에 중점을 뒀다.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해 적응정책의 우선순위 선정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한계로 지적돼 왔다.

 

연구단에서 추진 중인 건강영향 통합평가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래 시나리오를 동일한 조건에서 고려해 폭염, 대기오염, 감염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하나의 지표로 종합평가하게 된다. 현재 연구단에서는 관련 자료를 구축해 건강 부문 내 통합평가 방법론을 보다 더 정교하게 정리 중에 있다.

 

향후 건강 통합평가 모형이 개발되고 리스크 평가와의 연계가 이뤄지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적응대책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제공=MOTIVE 개발 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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