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 시뮬레이션 모형에 대입…효율적인 정책 수립
본홀름-제주도 네트워크 구축, 녹색성장 전략 노하우 공유


전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 녹색 섬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00%라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보다 앞서 덴마크의 작은 섬 ‘본홀름(Bornholm)’은 에너지 자립섬을 향한 혁신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두 섬은 동행을 선언하며 녹색성장 파트너로서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본홀름은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을, 제주도는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 확대 경험을 적극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덴마크 기획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본홀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향한 도전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25년까지는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혹자는 2025년까지 에너지 자립섬을 구축하겠다는 우리의 목표를 상당히 야심찬 포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본홀름은 에너지 자립섬을 향한 의지로 매일 진전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전력공사 오스트크래프트(Østkraft)와 본홀름 지역난방공사가 합병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9~1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만6500톤 이상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본홀름시 정부 산하 본홀름에너지발전공사의 시장개발 부문을 담당하는 클라우스 뵈슬레우(Klaus Vesløv) 본부장은 면적 588㎢, 인구 4만명이 사는 본홀름(Bornholm) 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을 이렇게 설명했다. 본홀름에서 제시하고 있는 ‘혁신’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대도시에만 있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

 

본홀름은 2016년 말까지 50% 이상의 가정집 난방을 바이오매스,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원으로 공급하고 2017년에는 모든 전력 생산을 태양, 바람, 또는 목재를 통해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발전소 신설을 위해 189억원(약 1억3500만 덴마크 크로네)의 대규모 투자도 감행됐다.

 



신재생에너지원 확대 등 대규모 투자 나서
뵈슬레우 본부장은 “에너지 정책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도록 섬 전체를 시뮬레이션 모형에 대입해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홀름의 에너지 정책 전략은 향후 15~30년 후에도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 시뮬레이션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시뮬레이션 모형을 개발했고, 공기업과 시 정부에서 수집한 정보 등 수많은 변수가 포함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시뮬레이션 모형에 적용했다. 모형은 본홀름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다루며 전력·열 생산 및 교통 시스템 등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다.

 

이처럼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과 활용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 본홀름은 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 모든 결과와 경제적인 효과를 산출할 수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모형은 특히 생산, 이산화탄소 배출, 에너지 효율성을 실증하는 기능을 한다.

 

▲ 스웨덴 남단에서 50km, 코펜하겐의 남동쪽 170km에 위치한

본홀름은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섬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시행착오 줄이는 시뮬레이션 모형 개발
현재 시뮬레이션 모형은 본홀름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포함한 에너지망 ▷열 소비량을 포함한 난방망 ▷지상 교통망 ▷주민 4만236명 ▷난방망에 연결된 건물 2만6023개 ▷차량 2만4476대 ▷건축 공간 650만㎡ ▷생산시설 19개(저장탱크 7개, 열 분배 그리드 6개, 배전 그리드 1개, 해저 케이블 1개, 대형 풍력발전소 35개, 태양광 전지가 설치된 3만4500㎡ 포함) ▷연간 5만7000여건의 기상정보(기상측정센터 3곳의 시간별 정보 취합) ▷연간 10만5000건의 기상 데이터 등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

 

뵈슬레우 본부장은 “시뮬레이션은 가장 효과적인 전략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며 “신기술을 적용했을 때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므로 정책을 세우고 그다음 단계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며 시뮬레이션 모형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에너지 정책 시뮬레이션 결과, 본홀름이 100% 에너지 자립섬이 되기 위해서는 풍력에너지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에 따라 태양, 바람, 목재를 이용한 지역 발전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삼는 것과 더불어 섬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해저케이블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덴마크의 작은 섬이 꾸는 원대한 꿈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없는 사회’ 만들겠다 

 

▲ 본홀름 섬 전체를 시뮬레이션 모형에 대입해 다양한 결과를 산출하고 그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섬 전체가 스마트그리드 시범 사업장이 된다

▲ 본홀름에너지발전공사

클라우스 뵈슬레우(Klaus Vesløv)

본부장

본홀름은 해저케이블을 통해 북유럽 전력시장과 연결돼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유일무이한 그리드 시범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본홀름 안팎으로 전력을 이동시키며 섬 내 전력 생산과 소비의 모든 변화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전력망 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본홀름은 스마트그리드와 같은 미래 스마트 전력망의 표준으로 꼽힌다. 특히 4~5년 전부터 ‘에코그리드 EU(EcoGrid EU)’ 프로젝트를 통해 스마트그리드로 변화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섬 전체를 미래 전력망을 시험하는 에너지 실험실로 활용하는 ‘파워랩 DK(PowerLab DK)’도 주목할 만하다. 파워랩은 기술개발(R&D), 기술 혁신과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로 우수한 연구 인력을 끌어들여 덴마크에 전력망 혁신의 선두주자 타이틀을 안겨줬다. 덴마크공과대학교(DTU)의 관제실에서는 본홀름의 전력망을 그대로 본뜬 대규모 가상 실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섬 내 모든 전력 수요·공급 변화는 실시간으로 관제실에 반영되고 있다. 이처럼 본홀름과 본홀름에너지발전공사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여러 R&D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

 

‘녹색 섬’은 기회의 장…대내외적 관심 집중 

한편 뵈슬레우 본부장은 에너지 자립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투자 ▷전문지식 및 고급 인력 확보 ▷네트워크 구축을 중요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네트워크 구축에 있어 ‘제주도’를 꼽으며 녹색성장 파트너로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본홀름과 제주도가 언제, 또 어떤 상황에서 협력할 수 있겠는가?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본홀름에너지발전공사는 제주시와 제주 테크노파크, 제주대학교, 그리고 (주)대경기술과 긴밀히 협력 중이다. 이와 같은 네트워킹은 본홀름의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증거이자 목표 달성에 대한 포부를 갖게 한다”고 강조했다.

 

뵈슬레우 본부장은 ‘녹색 섬 전략(Bright Green Island strategy)’은 대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며 “녹색사회 지향(Going Green)은 본홀름의 개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농업과 관광 산업 외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섬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녹색 섬 전략’에 대한 관심은 1970, 1980년대부터 정치권에서 퍼지기 시작한 친환경 의식이 본홀름까지 전파돼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부상했다. 이후 2007년 본홀름시 정부와 기업들 그리고 시민들의 협력으로 본격적으로 전략이 수립됐다. ‘스마트한 사회’, ‘에너지 자립 사회’, 그리고 녹색 섬을 향한 꿈은 대다수 주민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탄소 없는 섬’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도전을 야심차게 선언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덴마크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녹색성장 파트너로서 한국이 덴마크의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과감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자료제공=덴마크 대사관 / 정리=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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