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다에서도 수트만 입으면 물위에 둥둥 뜬다



얼마 전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 정글의 법칙 병만족장 김병만씨가 출현했다. 놀랍게도 김병만씨도 물을 아주 좋아해서 수중관련 자격증을 무려 15개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가 이야기하는 스쿠버 스토리들도 흥미진진했는데, 마침 지난번 필자가 이야기 했던 스쿠버 장비 중의 하나인 ‘공기통’에 대한 이야기도 다뤄졌다. 필자는 일반인들이 공기통을 산소통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대해서 지적했었는데, 김병만씨는 본인은 공기통이라고 바르게 말했지만 오히려 이를 설명하는 방송 자막에서는 공기통을 산소통으로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이번에 스쿠버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용어, 스쿠버를 즐기는 그들만의 언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글‧사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노준성


다이버들의 ‘언어’

손가락 한마디보다 작은 물고기

 


우선, 장비들에 대해 짚어보자. 등에 메고 들어가는 통은 산소통이 아니라 공기통이라고 하며 이 공기통을 고정하고 공기를 넣거나 뺄 수 있게 만든 장비는 BC(Buoyancy compensator)라고 부른다. 숨을 쉬기 위해 공기통과 연결돼 있는 숨 쉬는 호스장치는 레귤레이터(Regulator)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며 이 레귤레이터로 BC에 공기를 주입할 수도 있다. 그리고 흔히 수영할 때 물안경, 수경이라고 부르는 장비는 마스크(Mask)라고 부르고 코까지 덮을 수 있게 설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노클링이라고 들어보셨을 텐데, 수면에서 쉽게 숨을 쉴 수 있도록 이용하는 스노클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즐기는 스포츠를 말한다. 스노클은 순수 우리말로는 숨대롱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용어는 아니다. 그리고 잘 알고 있는 오리발은 보다 쉽게 이동을 위해서 발에 착용하는 장비로써 핀(Fin)이라는 용어와 혼용하고 있는 편이다. 그리고 잠수복은 흔히 수트(Suit)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모든 스쿠버 장비를 착용하게 되면 물에 뜨는 힘, 말하자면 부력이 생기기 때문에 가라앉기가 힘들게 된다. 때문에 다이버들은 주로 납으로 만든 덩어리들을 저마다 몇 개씩 착용하는데 이를 웨이트 벨트(Weight Belt) 혹은 웨이트라고 부른다. 부력이 큰 장비들을 착용할 때에는 착용하는 웨이트 벨트 역시 많아지기 때문에 때로는 이 웨이트 벨트만 15kg 이상 착용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스쿠버를 하는 사람은 우리말로는 잠수부, 영어로는 다이버(Diver)이지만 혼용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취미로 스쿠버를 소개할 때 잠수보다는 다이빙 혹은 다이버라는 용어를 개인적으로는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다이빙을 하기 위한 지점은 ‘다이빙 포인트’라고 하며 이 포인트로 안내를 하기 위해 현지에서 다이빙 가이드들을 두어 안내하는 매장을 ‘다이빙 샵’이라고 주로 표현한다.


 

손가락만한 망둑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1회 하고 나면 기록을 한다. 잠수일지, 일명 로그북(Log Book)을 활용해서 잠수의 기록(즉, 로그)을 계산하는데 우리의 용어에서는 횟수를 의미하는 ‘회’라는 단위와 함께 ‘깡’이라는 단위를 쓰기도 한다. 이 말은 국어사전에도 쓰이지 않는 다이버들 사이의 은어이지만 상당히 널리 사용되는 잠수횟수를 세는 단위이다. 다이빙은 안전적인 측면에서 항상 2인 1조를 원칙으로 한다. 때문에 어떤 다이빙 샵을 가더라도 다이빙 가이드를 포함해서 팀을 이끌 때에는 2인 1조를 만들어 다이빙을 진행한다. 이때 내 짝을 ‘버디(Buddy)’라고 부른다.

자! 이정도면 다이버 세계의 기초용어는 조금 섭렵해본 셈이다. 비록 용어들이 순수 우리말이 아니지만 흔히 사용되는 용어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였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필자 역시도 위에서 소개한 용어들을 앞으로 사용할 예정이기에 그 점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양해를 부탁드린다.

(왼쪽부터) 웻수트, 세미드라이수트, 드라이수트

 

수트를 쫙 빼입자

다이빙을 배우려는 당신, 우선은 잘 빼입어야 한다. 잠수복, 일명 ‘수트’라고 부르는 옷을 한 벌 입으시고 물 속 관광을 할 준비를 하시라!

필자는 대학 동아리에서 다이빙을 시작했기 때문에, 동아리 원정 시절 대학생들이 바닷가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을 때면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우리들 주변으로 와서 구경을 하곤 했다. 잘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에 많은 질문들을 하시곤 하는데 특히 다이버들이 입고 있는 수트가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게도 생겼기 때문에 사진을 찍어 가시는 분들도 많았다. 실제로 선남선녀 대학생들도 수트를 입혀 놓으면 살짝(?) 이상해지기도 한다. 게다가 머리에 후드까지 쓰게 되면 여자 분들은 귀엽게 봐 줄 수 있겠지만 남자들은 무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수트를 쫙 빼입는가?

우선 수트를 입는 첫 번째 목적은 ‘보호’이다. 날카롭고 딱딱한 바위나 해양생물들의 표면과 해파리와 같은 독성이 있는 생물들의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맨살을 보호하기 위해 수트를 입는다. 연중 따뜻한 수온의 바다에서는 남자의 경우 반팔 반바지 수영복, 여자의 경우 비키니 한 벌만 입고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수트를 입지 않고 있으니 움직임이 좀 더 편하고 외관상으로 보기에도 더 예쁠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예전에 필리핀의 따뜻한 바다에서 수트 대신 반바지와 반팔만 입고 다이빙을 하다가 해파리에 쏘여서 된통 혼이 난 외국인 친구를 본 적이 있다. 꼭 수트를 입으라! 당신의 몸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체온유지’라는 두 번째 목적이 있다. 물속에서는 육상보다 체온손실이 몇 배나 빠르다. 어릴 적 해수욕장이나 계곡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입술이 파래진 경험이 대부분은 있지 않은가? 다이빙을 하면서도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체온을 유지하거나 체온 손실을 느리게 하기 위해서 수트를 입는다. 체온유지의 방법적인 측면에서 수트의 종류는 크게 웻(Wet) 수트, 드라이(Dry) 수트, 세미드라이(Semi-dry) 수트로 나뉜다.

산호 사이 숨어 있는 작은 고기 hawkfish

 

우선, 웻 수트는 피부와 수트 사이에 한번 물이 들어오게 되면 체온으로 데워진 물이 데워지게 된다. 이 물은 잘 수트 밖으로 배출이 안 되기 때문에 체온을 느리게 잃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드라이 수트는 물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고 완벽하게 방수가 되는 수트이다. 물과 피부 사이에 공기층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체온유지의 효과는 가장 높으며, 젖지 않기 때문에 얇은 옷을 하나 입고도 착용할 수 있는 수트이다.

세미드라이 수트는 웻과 드라이 수트의 중간 형태정도로 볼 수 있다. 웻 수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물이 거의 안 들어오게 고안돼 있지만 때때로 물이 조금씩 새어 들어오기 때문에 드라이 수트보다는 체온유지 효과가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드라이 수트가 체온유지가 가장 좋은데 왜 다른 수트가 왜 필요할까? 우선 가격이 드라이는 고가인 편이며 수트와 피부사이에 공기층이 있기 때문에 부력이 상당한 편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웨이트 벨트를 무겁게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게 적으로 부담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다이버들은 상황에 따라 수트의 종류를 다르게 입을 수 있으며, 수트 자체의 두께도 대개 1mm~7mm 사이에서(물론 두꺼울수록 부력이 크다) 선택해 입을 수 있다. 실제로 수트만 입게 되면 부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물위에 둥둥 떠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필자는 에메랄드 빛 바다 물침대 위에서 누워서 밀짚모자를 쓰고(얼굴이 타면 안 되니까요) 낮잠을 자본적도 있다. 이런 자유… 그대가 다이버라면 수트 한 벌 쫙 빼입고 해볼 수도 있다!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친구들


 

아기 손톱보다 작은 게



필자의 수중사진을 보면 화려한 산호군락이나 물고기 떼의 사진들도 많이 있지만 한 가지 생물을 테마로 잡은 사진들이 더 많은 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중생물들의 색채는 수만 가지의 변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명 ‘작은 친구들’을 모델로 사진을 찍는 것을 더 즐긴다. 여기서 작다는 기준은 내 기준으로 어른 엄지손가락 보다 더 크기가 작은 친구들을 대부분 말한다. 이런 친구들은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 보아야 진정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생물들을 찾을 수 있는 관찰력과 사진을 찍어내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멋진 사진을 건지게 될 때 느끼는 황홀감은 나에게 있어 일반 피사체들 보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앞으로 보여드릴 사진들에는 다양한 작은 친구들이 있을 것이고, 때로는 조금 큰 친구들까지 바다의 매력들을 하나하나 테마로 잡아서 조금씩 보여드릴 예정이다. 한 번에 다 보여드리기에는 양이 많다! 오늘은 아쉬우시더라도 조금만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내 기준의 작은 친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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