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통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묘지의 숫자는 대략 1500만~2000만기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시 인구 1.5~2배, 면적 605㎢를 1.2~1.5배 상회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엄청난 숫자다.

실제로 지방의 한 지자체는 거주인구가 2610명인데 비해 설치된 분묘 개수는 1만30기로 거주인구보다 3.84배나 많을 정도다.

 

이에 따라 묘 관리에만 연간 약 2조원의 개인 비용(벌초 7500억원, 모재 8500억원, 기타 4000억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연고자가 없는 30%의 분묘는 자연경관을 해치고 혐오감을 주고 있다.

이처럼 묘지를 조성할 곳이 줄면서 화장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05년 이후 화장률은 매년 상승해 2015년 기준 75%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장사와 관련된 정책과 홍보 부족으로 유족 및 시설 이용자의 불편과 갖가지 바가지요금도 기승을 부렸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상조회사들이 화장시설을 싹쓸이 예약하면서 상조회사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은 원치 않는 4~5일장을 치르거나 연고지가 아닌 먼 곳으로 원정 화장을 가야 하는 불편이 발생했다.

상조회사들이 미리 화장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자신들의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장례가 없으면 무단으로 취소해 정작 화장시설이 필요한 유족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는 상조회사의 한 직원이 화장시설 200회를 예약할 정도로 부작용이 속출했다. 게다가 사망신고가 지연되면서 사장자에 대한 사회보험·연금 등의 계속적인 지급으로 공적 자원도 낭비됐다

잔디형 자연장지 <사진제공=한국장례문화진흥원>



화장예약 단일화 시스템 구축


이에 따라 정부는 화장예약을 단일화하고 편의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부터 장사종합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2010년 구축된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은 2013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2013년 5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설립으로 이어졌다.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 구축으로 과거와 같은 선점·중복이 사라지면서 원정화장과 같은 피해도 없어졌다.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은 단순한 화장예약 시스템이 아닌 공공기관의 장례행정 서비스다.

화초형 자연장지 <사진제공=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장사법에서는 화장예약, 장례용품 및 장사시설(장례식장, 화장시설, 봉안시설, 자연묘지, 묘지)의 정보(가격, 시설현황, 이용료 등)의 제공을 의무화 하고 있다. 또한 장례식장에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가격표 게시를 의무화 하고 있다. 중복·선점 방지 및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장례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장례식장의 경우 등록률이 92%에 달하고 있으며 나머지 시설은 공설장사시설(2016년 8월), 사설장사시설(2017년 1월) 법 시행으로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은 장례의 특성상 365일 24시간 상담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화장예약 방법 및 절차, 장사시설 정보, 상속절차, 화장지원금 등을 안내하고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장례를 치르게 된 유족을 위해 장례절차 및 다양한 장사시설에 대한 정보 등을 유족의 지역과 장사방법 선호도에 따라 1:1로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유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른 화장지원금, 장사시설 요금감면 등의 혜택도 안내하고 있다.

수천만원의 불필요한 비용 절약

 

수목장림 <사진제공=한국장례문화진흥원>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의 최대 장점은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적 장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장례비용은 OECD 가입국 가운데 가장 높으며 도시근로자의 연간근로소득(약 5700만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실제로 화장과 장례식을 제외해도 종이로 만든 수의가 천만원을 호가하고 봉안함 역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넘는다. 봉안시설비와 관리비 역시 따로 지불해야 하고 수목장의 경우에도 나무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소나무는 강원도와 북부 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게 될 전망인데, 이에 따라 관리비용 역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수목형 자연장지 <사진제공=한국장례문화진흥원>

특히 봉안시설이나 수목장이 부실경영으로 운영이 중단되면 보상은커녕 시설 방치로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환경훼손 문제까지 발생한다.

반면 유골의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자연장(自然葬)은 국토잠식과 환경훼손, 과다한 비용 발생 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장은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생활공간 가까이 조성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비용측면에서 경제적이며 관리가 매우 편하다.

전국의 공설 자연장지 51곳

2016년 현재 전국에는 51개의 전국 공설 자연장지가 있으며 사설 장례시설에 비해 비용이 매우 저렴하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별도의 서비스 요금을 요구하거나 리베이트가 없다.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제주 어승생한울누리공원 자연장지는 40년 사용료가 관내 10만원, 관외 20만원에 불과하며 정원형도 각각 30만원과 60만원이다. 전주·완주시민을 위한 전주 효자공원 자연장지는 40년 사용료가 30만원이며 익산 공설 자연장지는 45년 사용료가 35만원에 불과하다.

수원시 연화장 자연장<사진제공=한국장례문화진흥원>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립 의왕 하늘쉼터 자연장지는 15년 3회 사용료가 9만원(개인), 38만원(부부), 62만원(가족, 수목장)에 불과하며 15년 3회 기준 관리비 역시 각각 15만원, 20만원, 30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이외 전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국·공립수목장은 경기 양평(국립), 경기 의왕(공립), 인천(공립) 등 3곳이다.

2016년 현재 전국의 공설 자연장지의 안치능력은 31만여구에 불과하다. 연간 사망자 수가 27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폭 확대해야 하지만 시설 특성상 님비현상 때문에 늘리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투명한 요금체계를 가진 공설 자연장지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일부 상조회사의 경우 공설시설이 아닌 비싼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사설 봉안시설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설 봉안시설이 상조회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경우가 적지 않다.

사설 장례시설 입장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 일일이 개인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는 것보다 수많은 회원을 거느린 대형 상조회사를 상대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공설 장례시설에 비해 훨씬 비싼 사용료와 관리비를 지불하는 피해를 이중으로 입게 되는 것이다.

장례 한 번 치르자고 남은 유가족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각종 바가지요금에 시달리는 대신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제공하는 ‘e하늘 장사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친환경적인 장례를 경제적으로 치르는 것이 어떨까?

상조회사의 장점은 편하다는 것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중간에 누가 끼어들어 비용을 올렸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무조건 상조회사가 권하는 데로 하는 것보다 공공기관의 도움으로 자세한 정보를 얻게 되면 비용도 아끼고

친환경적인 장례를 치를 수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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