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은 늘 부족하게 느껴진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라면 그 아쉬움은 더 할 것이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잘 모시고픈 자식의 마음을 상술로 이용하는 곳이 상조회사”라면서 우리상포협동조합 김안태 이사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허례허식 가득한 고비용 장례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는 김 이사장을 만나 건전한 장례법에 대해 들어봤다.

Q. 우리의 장례문화 무엇이 문제인가?
A. 현재 치러지고 있는 대부분의 장례의 예식은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가정의례준칙에 따른 일제의 잠재의식이 투과된 문화다. 이것을 상조 회사들이 마치 우리의 전통문화인양 계승하고 있다.

Q. 일제에 만들어진 장례문화는 어떤 것인가?
A. 일제 강점기 때는 사람이 모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던 시기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만세운동이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사람이 죽어도 가족 외에는 참석을 하지 못하도록 표시하기 위해 완장을 채웠다고 한다. 이것이 권위의식과 특권의식으로 사로잡힌 완장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Q. 어떤 점이 특권의식인가?
A. 최근 장례문화는 고급화·상업화가 만연하고 있다. 상을 당하면 고인에 대한 추모에 분주한 틈을 타 상조회사들의 비즈니스가 시작됐다.
장례식장에 들어서게 되면 양쪽 벽은 화환으로 장식돼 있는데 이 장식은 가격에 따라 차이가 크다. 유족들에게는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 보이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빈부격차로 인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입관식을 보면 염습한 후 삼베수의를 사용해 입관하게 되는데 고급 관이나 삼베수의 값은 몇 십만 원부터 몇 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오늘 입었다가 내일 당장 화장하게 되는데도 산 사람의 기준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발인과정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고급리무진을 사용하는데 고급이 아니면 불효라는 생각이 유족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을 이제는 바꿀 때이다.

Q. 상조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A. 원래 보험회사의 중견사원으로 오래 근무했다. 지인의 소개로 상조회사에 관여하면서 상조하면서 의도적으로 부도를 내고 회사가 문을 닫게 되자 70세 어르신이 매일 박스를 주워매월 3만원씩 상조회사에 넣은 돈을 받지 못하고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탄식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정의감이 생겨 할머니 돈을 받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것이 계기가 돼 우리나라 최초의 상조협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Q. 우리상포협동조합의 특징은?
A. 기존 상조회사들이 선불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우리상포협동조합은 국내 유일의 후불제 장례식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후불제를 도입하게 된 것은 소비자 피해를 원척적으로 차단하고 올바른 장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함이었다. 회원가입시 10만원만 납입하면 모든 비용은 장례 후 청구된다.
후불제라고 하면 ‘목돈이 나가지 않을까’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합리적 가격의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240만원에 모든 절차를 치를 수 있다.

Q. 협동조합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A. 매달 상품의 불입금을 내는 일반 상조회사와는 다르게 협동조합의 소비자 회원은 조합비를 받고 조합원으로 등록해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한번 가입하면 지속적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조합원비를 내면 별도의 불입금이 없어 부담없는 장례를 치를 수 있다. 회원증서는 양수·양도 가능하고 가입하게 되면 장례·묘지 이장 개장 등 상조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친환경 장례·장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Q. 합리적인 가격의 장례서비스는 어떻게 가능한가?
A.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회원가입 시 작성하는 ‘사전장례의향서’이다. 보건복지부에서 후원하는 사전장례의향서 쓰기 캠페인은 국민나눔운동본부 손봉호 이사장이 적극동참하고 있다. 사전장례의향서는 자신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미리 후손에게 알려주는 일종의 유언장으로 부고의 범위를 비롯해 장례형식, 장일, 부의금 및 조화, 음식대접, 염습, 수의, 관, 시신처리, 삼우제와 사구재 등 장례방식이 적혀있다.

Q. 사전장례의향서 작성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A. 대부분은 장례를 소규모로 치르기를 원했다. 자식에게 부담이 될까 염려하는 분들도 많다. 수의 조차 생전에 자신이 아끼던 옷을 더 선호하는 것이 실제 어르신들의 생각이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 법정스님의 장례만 보더라도 결박도 하지 않고 평소 입고 계시던 옷으로 마직막 길을 가셨다. 그래도 자녀로써의 예를 갖추고 싶다고 말할 때에는 한지수의와 종이 관을 추천하고 있다.

Q. 종이 관과 한지수의는 무엇인가?
A. 예전에는 한지로 갑옷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최고 2톤까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한지는 화장을 할 경우에도 일반 수의에 비해 30분가량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연료비 절감효과도 있다. 또한 종이 관을 매장할 경우에도 흙 무게를 충분히 견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요이상으로 꽁꽁 싸매는 삼베도 결국 이윤의 문제다.
과거 1조 5천억원의 장례용품이 수입해 들어왔으나 최근 폐농된 다랭이논에 닥나무를 보급해 어르신들이 당나무를 채취해 공급하면서 한지가 대중화되고 있다. 이는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납골당 유골함으로 인한 문제도 적지 않다. 비용의 문제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골이 담긴 납골함에는 유황성분이 들어있는데 납골함으로 쓰이는 항아리는 재활용되지 않고 산업폐기물로 버려진다. 유황의 분해는 30~40년이 걸리니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또, 아무리 잘 봉인된 납골함이라 해도 여름철 우기엔 습기가 차고, 겨울 동절기에는 얼고 녹고를 반복하면서 벌레가 생기고 냄새가 나게 된다.
한지유골함은 항바이오균이 들어있어 벌레를 막고 통풍이 쉽다. 또, 땅에 묻혀도 소멸되는 것으로 매우 친환경적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상조협동조합의 장례서비스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나눔대축제’와 송파구청 ‘벚꽃축제’에 동참했으며 지난 5월 전통장례문화로 선정돼 민속박물관에서 전시를 갖기도 했다. 앞으로 이러한 장례문화가 범 국민적인 운동으로 일어나길 바란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일자리 창출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을 겪으며 희생정신을 가지고 삶을 버텨 온 베이비부머 세대는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성장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다. 또 다른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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