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최근 개최된 ‘2012 유용자원 재활용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 폐자동차, 폐가전제품 재활용 현황과 폐기물 수출입 체계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폐자원산업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산·학·연을 대표해 참석한 연사들의 향후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폐가전제품 속 ‘도시광산’

 

우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이재천 책임연구원은 “도시광산은 폐가전제품, 산업폐기물 등에 축적된 금속자원을 회수해 산업원료로 쓰는 산업”이라고 설명하며 “희귀금속을 재활용하는 것은 천연광산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것보다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속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기술은 매우 난해하다. 금속추출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나 실제로 회수가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맹점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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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전화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속<자료=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폐가전제품 재활용제도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Extended Product Responsibility)’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자제품, 전지, 포장재, 타이어 등 15개 품목에 적용되는데, 제품 생산자가 자사 제품의 폐기물 중 일정 비율을 반드시 재활용, 재사용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유럽의 재활용 제도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의 영향을 받았다. WEEE는 폐가전제품의 재활용 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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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금속

 

이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전제품 판매량은 인구와 가구 수 증가, 선호도, 경제발전 등의 이유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재활용률도 그에 맞게 증가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 연구원은 “냉장고의 구매량은 소폭 감소했으나, 김치냉장고가 품목에서 제외돼 있고 냉장고 수요가 인구대비 과잉이기 때문에 재활용추세는 감소”라고 해석했다.

 

국내기술, 수출 가능성 높아

 

이재천.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

이재천 책임연구원

이 연구원은 국내 폐가전제품 재활용 사례들도 소개했다.

 

충남 아산에는 도시 곳곳에 전처리 설비가 가능한 재활용 센터가 설립되면서 연간 12만톤이 재활용 되고 있다.

 

환경부 허가 하에 운영되는 한국전자산업협회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텔레비전 등 4대 품목을 재활용한다. 협력업체에 의뢰해 휴대전화도 재활용하고 있다. 이 협회는 내부에 자원순환연구소를 개설해 폐가전제품에서 보다 많은 자원을 추출하기 위한 기술을 연구하며, 곧 아날로그 방송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CRT 모니터의 재활용에 관한 대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히 CRT모니터에 대해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고심하고 있었다며 “CRT 모니터는 정면유리, 후면유리로 구성되는데 후면유리 속 납 추출이 가장 고민거리였다. 다행히 ‘고려아연’이라는 기업이 납을 추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전면유리는 분리해 해외로 수출 예정이다. 이어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이하 자원사업단)의 지휘 하에 휴대전화 배터리 속 코발트를 추출하는 기술 시행을 앞두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 2009년 튀니지에서 KOICA를 통해 자국에 재활용 수출할 국가를 모집했다. 당시 우리나라도 참여했는데 최종 입찰에서 떨어졌지만 그 설비 내용은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수출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했다.

 

한국식바젤협약’ 필요하다

 

이승희.
▲ 경기대학교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 이승희 교수

경기대학교 환경에너지시스템공학과 이승희 교수는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타국의 질 좋은 폐기물을 이용하자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며 “그 부작용으로 불법 폐기물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제약할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바젤협약(Basel Convention)’을 설명했다. 바젤협약은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해 UNEP과 세계환경단체들이 1983년 스위스 바젤에서 채택한 협약이다. 현재 176개국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협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폐기물 수출입은 여전하다”며 “각국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선적과 관련된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1994년 바젤협약에 가입했으며 그해 5월부터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 시행령을 제정했다. 법률에 따라 폐기물을 수출·수입·운반·처리하는 자는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위해가 발생하면 제거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폐기물에는 포장이나 표지를 부착한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환경부가 유해 특성을 부식성, 독성 등 3가지만 정하고 있는데 항목을 늘려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수입 폐기물을 검사하는 것은 유해성 방지와 행정 투명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바젤협약과 같은 기구를 국내에도 설립해 포럼을 진행시켜야 한다”며 일명 ‘바젤포럼’을 구성해 심포지엄 개최, 워킹그룹 결성 등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술과 규정마련에 컨설팅, 국제적 정보교류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활용재료, 신차 생산에 요긴하게 사용

 

조종래.
▲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조종래 파트장

현대기아자동차 연구개발총괄본부 조종래 파트장은 ‘폐자동차 환경규제 동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조 파트장의 설명에 의하면 2000년 EU에서 제정된 폐차법규의 규제지역이 점차 확대된다. EU국가로부터 제조·수입되는 유해물질과 중금속을 규제하는 EU REACH의 대상범위도 약 3만종으로 확대돼 EU의 환경제도를 벤치마킹하는 우리나라의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우리나라 폐차 규제는 중금속 규제와 차량 개발 시, 재활용·재회수율을 각각 85%, 95% 만족하며 플라스틱, 고무부품의 재질마킹, 해체정보 제공, 폐차 회수 시스템 구축 등이 주내용이다.

 

조 파트장은 “이같은 규제에 대응하려면 차량 개발단계부터 폐기까지 전과정의 친환경적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며 “플라스틱, 고무부품의 재질마킹을 규정하고 있는데 2015년 재활용률 목표치인 85%를 달성하기 위해 플라스틱과 고무를 재활용 품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폐차의 재활용률은 철/비철금속 및 사전처리부품과 액상류를 포함해 약 81%다.

 

이밖에 현대기아차는 재활용 네트워크 시스템을 운영해 플라스틱, 고무를 휠가드, 언더커버, 라디에이터슈라우드 등의 재료로 신차 양산에 적용하고 있다. 또한 폐차·해체 시스템을 남양연구소 내에 구축해 시험차를 대상으로 폐차 처리와 해체장비를 개발 중이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들은 재활용 네트워크 시스템의 해체업체에 제공된다. 지금은 배터리의 남은 전기 방전 및 회수된 전기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유해물질 저감을 위해 2005년부터 협력업체의 전 공급 부품에 대한 화학물질 성분 데이터를 확보하고 EU REACH의 신고·허가 후보물질이 발표될 때 마다 대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기술개발 현황은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비자에게 제공된다.

 

coble@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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