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청2
▲프랑스 원자력청 CEA 전경〈사진=김익수 기자〉
본지 주관, 언론사연합 원전기획취재

 

‘저탄소 녹색성장시대’국제사회에서는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세계 각국 미디어에는‘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원자력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고갈의 위기도 맞고 있는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하기 전까지 인류가 현실적으로 의존해야 할 브리지 에너지(Bridge Energy)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은‘Nuclear 에너지가 아니라 New Clear 에너지’라는 평가도 받으며 청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경쟁에 나서면서 2030년까지 430기, 2050년까지 1000기의 원전이 새로 건설될 것으로 추산된다. 무려 수천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시장이 새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시작으로 원전 수출시장에 본격 진입한 우리나라에게는 원전 수출을 통한 경제 성장의 큰 기회가 열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혁에 따라 본지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SBS, 서울신문, 국민일보와 함께 프랑스, 스웨덴, 영국의 원전 현장과 주요 기관들을 현장 방문 취재했고, 이번 호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정부주도 강력한 원전산업 추진

배경.

▲세계최대 전력수출국 프랑스를 대표하는 파리 에펠탑

〈사진=김익수 기자〉


국제연구공조와 4세대기술개발 박차

 

프랑스는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수력발전소 건설에 힘을 기울여 수력발전이 전체 전력소비량의 60%를 담당했으나 1970년대부터 감소해 약 16%까지 떨어졌다. 1970년대 초 프랑스의 주요 에너지는 대부분 중동에서 수입된 석유로 충당하다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원자력으로 방향을 틀었다. 1년에 6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수년간에 걸쳐 연속 발주하는 등 정부가 나서 원자력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결과 1990년 이후 프랑스 전체 전력생산량의 3/4 이상을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프랑스는 낮은 전력생산단가로 인해 세계 최대의 전력수출국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30억유로 이상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현재 59기의 원자로를 운영중이며, 원자로 연료 생산 및 공급 등 원자력 전반에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늘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에 대해 프랑스는 중·저준위폐기물은 천층처분하고,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재활용)하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유리고화해 심층 처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해 현재 상업적 규모의 재처리 시설과 혼합(MOX) 핵연료 제조 시설을 운영하면서 프랑스 국내는 물론 해외에까지 사업이 확대돼있다. 2006년 말 약 2만2700톤의 경수로 사용후 핵연료와 약 1만8000톤의 가스냉각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한 실적을 갖고 있으며 유럽지역에서 생산된 총2200톤의 MOX 연료(Mixture Oxide Fuel) 중에서 약 2/3가 프랑스에서 제조되고 있다.

 

프랑스 원자력의 저력은 CEA로 부터 나온 것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1945년 프랑스의 원자력에너지 발전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그 연구영역을 넓혀 원자력뿐 아니라 기초연구 및 응용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프랑스 최대의 국립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1984년부터는 국방과 에너지, 기술개발, 훈련과 기술이전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 걸쳐 9개 지역에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1만5582명이 근무하고, 연간 예산은 2008년 기준 약 35억유로 규모다. 산업계와의 연계를 중요시하며, 프랑스 원자력회사 아레바(Areva)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온실가스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원자력 위상이 높아졌고, 전 세계에 걸쳐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다”라고 프랑스 원자력청(CEA) 국제업무국 부국장 다니엘 이라카네(Daniel Iracane) 씨는 평가한다. 세계 약 68억 인구 중 16억명이 여전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고, 2050년까지 에너지 절약 정책을 아무리 강력히 추진해도 에너지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대체에너지를 강화하는 에너지전략을 발표하면서 원자력청도 명칭을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청(Atomic Energy & Alternative Energise Commission)’으로 변경했다

 

. 프랑스 전력생산의 75%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지만, 원자력에너지와 대체에너지를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반영한 결과라 하겠다.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배터리나 H₂저장기술 등 전기를 저장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의 개발도 매우 중요시 하고 있다.

 

산업계와 잘 연계된 연구실험 인프라.

▲프랑스 정부는 산업계와 공동으로 실험연구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료제공=CEA>

끊임없는 연구투자가 관건

 

에너지발생과 함께 핵연료를 생산하는 원자로인 고속증식로(FBR, 4세대기술)은 PWR(2,3세대기술)보다 50%까지 효율성을 높이고, 환경에의 영향도 최소화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프랑스는 고속증식로의 경우 2020~2030년 기간에 원형로를 만들고 2050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처리과정에서 핵확산과 연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플루토늄을 따로 빼내지 않고 처리하도록 노력 중에 있고, 일본과 러시아도 협조하고 있다.

 

안전확보, 대중인식제고 필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원자력의 안전문제와 관련해서 프랑스는 원자력청 CEA를 중심으로 여러 주제별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에너지는 안전확보와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개발(accepted development)과 대중 인식제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가의 시설, 장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바, 막대한 예산이 소요돼 국제적으로 공동투자로 가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산업계와의 협력을 중요시하며 LECI OSIRIS ATLANTELECA 등에서 광범위한 공동 실험인프라를 구축해가고 있다. 2년 전부터 남부 프랑스지역 CADARACHE에 7억유로의 예산을 들여 JHR(재료시험연구로) 건설 중에 있으며, 2015년 가동예정이다.

 

재처리는 미래 위한 선택

 

2006년‘핵연료와 폐기물의 지속가능한 관리법’이 통과하면서 방사성폐기물 처리문제는 국민합의를 필요로 하는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프랑스는‘폐기물의 유해성과 독성 저감’이라는 방침 하에 2020년까지 새로운 고속로 모형을 만들고 2025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최종 심층처분장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프랑스는 재처리기술이 앞서있으며, 산업적으로 재처리를 이용하는 유일한 국가다. 재처리는 에너지절감과 폐기물감축 효과가 탁월해 96% 리사이클, 30% 천연자원절약, 6% 비용감소, 폐기물발생 1/5, 독성저감 1/10 의효과를 볼 수 있다.

 

Interview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가 답”

 

인터뷰.

▲佛CEA 국제업무국 부국장  

   다니엘 이라카네(Daniel Iracane)

#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세계 분위기를 어떻게 보나?

 

큰 나라들이 주력하고 작은 나라들이 새로 뛰어들고 있다. 원자력은 안전성 확보, 핵 비확산이 가장 신경써야 할 과제다. 원자력 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4세대 원자로 개발에 함께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원전이 늘면 우라늄 가용량이 줄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잘 사용할 기술개발이 중요하며, 이런 연구개발에는 시간과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더욱 국제공조  가 절실하다.

 

# 연구로 개발은 독자적으로 하는가?

 

국제공조에도 비중을 두고 인도, 일본과도 협력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2년전 논의가 시작돼 지분참여를 계속 논의 중에 있다. 한국도 다목적 연구로는 있지만, 전용 연구로가 없어 주요 연구를 수행하지 못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전용 연구로가 몇 개 있지만, 노후됐고 교체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

 

# 주요 연구를 소개해달라.

 

ASTRID 프로젝트를 수행중인데, 나트륨냉각고속로 원형로를 만드는 것으로 핵연료 주기를 완성시키는 매우 중요한 연구다. 원자로 노심검사시 중성자 폭발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원자로의 시간적 반응연구도 중요하다.

 

또한 고속증식로 수소생산 원자로에 대해 디지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분야의 최적 접목이 가능하도록 극소단위부터 대규모 단위까지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 연료효율성제고, 방사성폐기물 환경영향 최소화 연구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 원전기술발전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원자력발전에 새로 진입한 국가들은 3세대 가압경수로를 운영하고 있다. 시간, 비용 등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반드시 4세대로 갈 필요는 없다. 4세대는 프랑스, 중국, 미국, 러시아 정도이며, 혹시 한국이 가세할는지 모르겠다.

 

# 이상적인 에너지원 비율을 추천한다면?

 

모든 에너지를 다 고루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재정확보, 정책방향설정, 의사결정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원전이 10% 정도이며,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계속 늘고 있어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원전비율을 늘려야 할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김익수 기자·취재협조=한국원자력문화재단, 프랑스 원자력청(C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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