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으로 우리나라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는 농업, IT, 환경, 문화 등 잠재력 있는 분야의 구체적 협력방안을 담은 행동계획을 채택하기도 했다. 자원외교에 집중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더 넓은 의미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친환경외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전망이다. 본지는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으로 중앙아시아 현장을 취재하며 중앙亞 국가들이 바라는 점들을 그들의 시각으로 살펴보았다. 각 정부 관료들과 인터뷰를 하며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 기술, 인력 등을 파악하고 협상전략도 들어봤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한국의 많은 기관, 기업들에게 진출 활로를 모색하고 아울러 문화, 역사, 종교 등의 민간분야를 다룸으로써 잘못된 편견을 지우고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개요]

과거 동서양을 잇던 실크로드의 중심지. 반세기도 훨씬 넘게 72년간 러시아 통치를 받으면서 기존 이슬람 문화 위에 러시아 문화가 융화된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스탄’이라는 말은 ‘땅’이라는 뜻으로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벡 민족이 사는 땅’이라는 뜻이 된다. 흔히 ‘스탄 형제들’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모두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한의 약 4.5배 영토지만 전체의 70%가 황무지 및 산지로 이뤄져 있고 특히 중앙부는 사막지역이다. 우즈벡 또한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인해 경제개발 잠재력이 큰 곳이다.

인구는 약 2680만명, 수도는 ‘타쉬켄트’… 경제 분야에서는 대외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듯 보이나 군사·안보 면에서 독자노선을 추구하며 조금은 폐쇄적인 느낌마저 든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모 프로그램에서 뛰어난 미모의 우즈벡 유학생이 나와 ‘우즈벡에서 난 기본 외모다’라는 발언에 남심(男心)을 들뜨게 했던 나라.

 

시장1.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특히 강한 우즈벡, 모녀가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사진 속

장소는 타쉬켄트에 있는 '초르수 바자르(재래시장)' <사진=한종수 기자>


탄탄한 현지 인맥이 큰 사업 도모에 필수

우즈벡 산업첨단화 추진 속에 ‘환경’ 있다

 

도심전경2.
▲타쉬켄트 TV타워에서 바라 본 시내 전경.
“공사 수주를 따내는 것은 나중이고 먼저 우즈벡 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합니다.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돼야하는 것이죠. 마음을 사고 나면 수월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어요. 친구가 되듯 결국 진정한 믿음이 중앙아시아 환경사업의 시작인 겁니다.”

 

수처리분야 사업으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기업인 A(53·남)씨의 이야기다.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처럼 우즈벡 역시 환경에 대한 개념은 높지 않다. 그는 “비록 열악한 상황이지만 우즈벡은 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애쓰는 나라다”면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등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보다 산업 현대화에 대한 의지와 자부심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환경 산업도 결국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는 말로 풀이했다.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옛 고구려의 동맹국인 돌궐족(투르크계) 후예라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우리와는 문화권이 다르고, 종교도, 언어도 다른 일종의 특수 지역이다. 한국에서 마냥 인터넷이나 서적, 다녀온 사람들의 몇 마디 들었다고 파악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풍부한 현지 경험만이 뭔가를 도모해볼 수 있는 곳이다. 현지 경험 중에서 1순위로 꼽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을 모아 놓고 투표를 한다면 아마 ‘인맥’이 최고의 득표를 할 것이다.

 

‘새집을 짓기 전에 헌집을 허물지 마라’는 말이 있다. 우즈벡 인들에게 널리 퍼진 속담이다. 하지만 이러한 속담을 무색케 하는 것이 바로 인맥, 깊게 사귄 정부 관료와 사업 도모를 하며 과감히 헌집을 부수고야 만다. 그리고는 크고 작은 사업권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한 사업가는 현지 관료와 쌓은 탄탄한 우정이 공사 수주 일등 공신이라 평가한다. 물론 우즈벡인의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 한 몫을 했다.

 

우즈벡, 한국인에 대한 호감 커

 

대사관.

▲우리 정부는 고려인을 포함한 우즈벡인들에 대한 입국 완화

정책으로 최근 한국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즈벡 주

재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발급을 위해 기다리는 우즈벡인들.

<사진=한종수 기자>

한국 기업이 유독 우즈베키스탄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보이는 이유는 과거 15년 전 한국의 기업 ‘대우’가 자동차 공장을 세우는 등 다양한 사업 투자를 벌인 영향이 크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그곳을 개척해 여러 성공 신화를 만들며 새롭게 진출한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 시너지 효과를 분출시켰다. 도로를 달리는 ‘마티즈’ 자동차가 넘쳐나는 것을 보면 옛 대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일찌감치 중앙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두각을 나타냈던 터키, 중국, 일본 기업들. 그들이 선점한 시장을 부러워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분명 우리만의 장점이 있고 그동안 쌓아 놓은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앞세우고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이명박 대통령의 우즈벡 방문으로 여건은 한층 더 좋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우즈벡 간 맺은 협력 분야는 다양하다. 유전 및 가스전 탐사를 필두로 한 에너지·자원분야, 철도·신공항 건설 등 교통·물류·인프라 분야, 의료 분야, IT 신기술 등이다. 이외에도 여러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 대통령의 순방 때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 사마르칸트까지 동행하며 밀착 접대(?)를 한 것은 한국을 향한 러브콜이라는 분석이 앞지른다.

 

한-우즈벡 환경 협력 “출발 합니다”

 

정부기관.
▲우즈베키스탄 정부 청사
많은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우즈벡이 한정된 에너지·자원분야의 산업 구조를 뛰어 넘는 것이 그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자원 외교를 넘어 자동차, IT·전자, 의료, 플랜트 사업 등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을 보면 그들도 분명 미래 지향적인 사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CDM(청정개발체제) 사업을 비롯해 폐기물, 수처리 등 환경 산업 협력 움직임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반복되는 경기침체에 기존 산업은 변화를 겪게 된다. 이에 따라 황폐해진 기존의 일부 산업을 대체해 줄 다른 산업이 필요하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생태계 변화 등 환경 문제는 새로운 新 산업의 도래를 촉진시키고 있다. 친환경 기술은 지구촌의 환경 변화와 관련해 새로운 수종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우즈벡 국가 자연보호위원회 우마로프 마지도비치(Umarov Nariman Madjidovich) 위원장(장관급)은 9월11일 타쉬켄트를 방문한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녹색정책을 극찬하며 친환경기술 협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환경교육 분야와 폐기물 처리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마지도비치 위원장은 “제대로 된 환경교육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시발점이다”면서 “초중등 과정의 환경 교재 만드는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랄해(海) 살리기 호소 “도와줘요”

 

아랄해.
▲점점 수(水)량이 줄어드는 아랄해의 년도별 위성사진 <자료=NASA)

이와 함께 20세기 최대의 자연 파괴라 명명하는 아랄해 살리기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더욱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기를 호소했다. 아랄해 문제해결을 위한 기구가 설치돼 있고 한국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우즈벡 정부는 오는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3차 한-중앙아 포럼에서 한국의 더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랄해최후.
▲위성촬영한 2009년 아랄해 모습 <자료=NASA>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아랄해 위성사진을 보면 호수 대부분이 사라지고 작은 호수 일부만 남았다. 가장 큰 이유로 우즈벡의 대표산업 목화재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목화 재배는 구소련 시절부터 키워온 산업으로 대규모 관개사업을 통해 강물의 줄기를 목화 재배 단지로 돌려놨다.

 

특히 아랄해 주요 물 공급원인 아무다리야·시르다리야 강물이 목화 재배에 쓰였고 이로 인해 아랄해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아랄해는 염분 및 광물질 함유량이 늘어나 어류가 멸종되고, 소금먼지를 야기시켜 현지인들의 건강도 악화되는 등 환경오염을 부추겼다. 한때 다양한 어류가 서식했던 그곳에는 도마뱀이 기어 다닌다. 지금의 추세라면 2020년 지도상에 아랄해는 종적을 감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아랄해를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에 의해 호수 터에 수천 년 전의 옛도시 흔적이 발견되어 학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학자들에 따르면 지구가 식었다, 뜨거웠다 반복하는 과학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개발의 합작품인 사막화가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 진행 중이란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즈벡, 친환경분야 한국기업 환영

 

인터뷰장면.

▲우즈벡 국가자연보호위원회, 한국 대사관, 부국환경포럼 관

계자들이 모여 양국 환경현황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부국환경포럼>

마지도비치 위원장은 특히 태양열,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한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우리 정부 측에서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한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에서 우즈벡에 투자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과의 관계가 좋다는 것을 강조하며 위원회에게 적극적으로 문의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우즈벡에서는 몇몇 태양·풍력 에너지 프로젝트가 최근 추진됐으나 시범 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우즈벡 정부 차원에서도 재생에너지 개발에 관한 뚜렷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측의 적극적인 기술 지원을 바라지만 우즈벡 인들은 민족 우월성과 자존심이 강해 쉽게 부탁을 하지는 않는다. 그가 말한 ‘문의해 달라’는 말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부탁인 것이다.

 

대학.
▲타쉬켄트 주립 사범대학 앞 정경 <사진=한종수 기자>

사막으로 변해가는 아랄해를 보면 ‘수자원이 부족하구나’는 분석을 단박에 할 수 있다. 우즈벡 정부는 한국이 수돗물 정수사업 등 수처리 분야에 참여해주기를 희망했다.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기업인 B(50·남)씨는 “한국의 물 관련 산업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며 “다만 규모가 작아 세계 시장 점유율이 미약해 뒤쳐진 모습으로 그려진 것이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의 물관련 국영기업 ‘아제르수’의 부사장은 “영국, 독일, 일본, 한국 등의 선진 물 산업을 둘러봤지만 그 중 한국은 최고 수준”이라 평가한 적이 있다. 우즈벡 자연보호위원회 고위 관료들의 생각도 이와 같다. 한국의 물 산업 현황을 줄줄이 얘기하며 우수한 시설과 정책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산업에 매료된 우즈벡

 

전기트램.
▲도심의 중앙 철길을 따라 달리는 전차 '뜨람바이' <사진=한종수 기자>

우리 정부의 녹색정책을 보면서 일각에서는 비판을 제기한다. 실적주의에 빠진 관료들이 아무 산업에나 ‘녹색’을 갖다 붙인다는 지적이다. 녹색성장의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산업계 또한 새로운 규제를 극복해야만 한다. 정부 또한 서두르며 외형만 단장하는 어리석은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헌집을 뜯어내고 새집을 짓는 것’은 더 나은 인간 환경을 위함이다. 우즈벡 곳곳에서 이러한 친환경 기술 바람이 불고 있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다. 우즈벡 나보이 지역에 한국이 경제특구 건설 정책을 컨설팅하고, 한국 기업들이 현장에서 공사하고 있다. 또한 KOICA 봉사단원 파견, 전문가 초청 등 각종 무상원조 사업과 우즈벡의 의료 및 농업지도자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시장2.
▲초르수 재래시장에서 빵을 팔고 있는 여인 <사진=한종수 기자>

한국제품의 우즈벡 가전 시장 점유율이 80%를 상회하고 대우차는 국민차로 인식되고 있으며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대우차를 타고 삼성·LG의 가전제품을 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한다. 우리 드라마, 음악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한류 열풍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양국 관계 증진에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이 만들면 최고가 된다’는 그들이 말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입증한다. 기업인 B씨는 “그렇다고 모든 것을 장밋빛 전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허술한 정보력과 전문 인력 없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다면 결국 실패만이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우즈벡 정부의 한국 친환경기술 도입 의지는 강하다. 우즈벡 주재 한국대사관 김영국 참사관은 “어떤 사업이든 철저한 분석과 시장 조사로 궁합이 맞는 진출인지 따져보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며 “대사관이나 KOTRA 등 국가기관의 도움과 자체 노력으로 정보력, 인맥 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알마티=특별취재팀 김익수 팀장, 한종수 기자

조은아·정종현·김경태 기자

 

도움주신 기관... 한국언론재단, 외교통상부 에너지기후변화과, 환경부, 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KOTRA, KOICA, 우즈베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 우즈벡 국가자연보호위원회, (사)부국환경포럼(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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