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점 ‘디젤매연저감장치’ 소재··· 8년 만에 국산화 성공
DPF 기술 응용 필터 개발, CES2024 ‘인간안보 혁신상’ 수상

미세먼지, 악취, 요리매연 등 친환경적 공기정화 능력 탁월
세계 각지 제휴 요청··· “대한민국 중심 해외 기술제휴 선도”

과거 LG화학 연구소 개발 책임자였던 한대곤 칸필터 대표는 디젤 자동차 미세먼지 저감장치(DPF)의 핵심 소재인 세라믹 필터 국산화에 성공했다. 나아가 DPF 기술을 대기오염 제어에 최초로 활용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과거 LG화학 연구소 개발 책임자였던 한대곤 칸필터 대표는 디젤 자동차 미세먼지 저감장치(DPF)의 핵심 소재인 세라믹 필터 국산화에 성공했다. 나아가 DPF 기술을 대기오염 제어에 최초로 활용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박준영 기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국내 기업인 ‘칸필터’는 지난 1월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CES 2024에서 세계 최초로 DPF(디젤매연저감장치) 기술을 응용한 필터를 개발해 인간안보 분야 혁신상(Innovation Awards)을 받았다.

인간안보 혁신상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혁신 기술을 통해 인간의 존속을 위협하는 난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칸필터의 제품인 ‘칸퓨어’는 DPF 기술을 활용해 대기오염 제어에 친환경적인 솔루션으로서의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칸퓨어는 뉴욕시 환경청의 엄격한 성능 시험심사를 통과해 지난 2021년 미국 이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시 공식 요리매연 저감장치로도 등재됐다.

환경일보는 한대곤 칸필터 대표를 직접 만나 대기오염 저감 시장에 뛰어든 계기와와 CES에서 혁신상을 받기까지 회사 성장 과정, 칸필터의 경쟁력과 앞으로의 비전에 관해 들어봤다.

Q. 칸필터 설립 배경과 회사 성장의 분기점이 된 중요 내용을 소개한다면

대전대덕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칸필터 본사 /사진=박준영 기자
대전대덕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칸필터 본사 /사진=박준영 기자

과거 국내 디젤 자동차 미세먼지 저감장치 DPF의 핵심 소재인 세라믹 필터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했었는데, 이게 굉장히 비싼 가격이었다.

LG화학 연구소 개발 책임자로 있었을 때 8년간 연구해 약 90% 더 저렴한 제조공법으로 세라믹 필터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이 겹치며 LG가 사업을 포기했고 LG화학 측의 권유로 DPF를 개발·생산하는 칸세라를 설립했다. 이후 2011년에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요리 매연 규제법안이 통과됐으나, 저감 기술이 없어 실행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요리 매연과 디젤 매연은 유증기를 잡아야 한다는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때 요리 매연을 DPF 기술로 줄일 수 있음을 직감하고 두 번째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Q. 이번 CES 2024에서 칸필터 제품이 ‘인간안보 혁신상’을 수상했다. 수상하게 된 기술은 어떤 기술인지

세라믹 필터를 사용하는 차량용 DPF는 고온의 디젤 엔진 배기가스를 이용한 촉매 반응을 통해 필터를 자가 재생해 필터 교체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용 중인 공기 정화 기술들은 필터 오염에 따른 효율 감소가 굉장히 심해 잦은 필터 청소와 교체가 필수다. 게다가, 버려지는 필터 폐기물, 오염된 필터를 청소하면서 나오는 오염수의 처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 사용도 문제다. 이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현재 지자체들에서 요리매연 해결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식당에 저감장치를 설치하고 있으나, 유지·보수 비용이 감당이 안 돼 설치 후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공장에서도 기존 장치의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해 칸필터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칸퓨어는 차량용 DPF 기술을 세계 최초로 차량 외에 적용해 산업현장 대기오염 제어에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칸퓨어는 ‘셀프클리닝’ 기능을 통해 스스로 오염된 필터를 재생·청소할 수 있다.

제품 테스트 결과 칸퓨어의 제품이 기존 기술 대비 비용 절감 효과, 온실가스·에너지 감축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칸필터
제품 테스트 결과 칸퓨어의 제품이 기존 기술 대비 비용 절감 효과, 온실가스·에너지 감축 효과가 더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제공=칸필터

물론 성능도 뛰어나다. 테스트 결과 실제로 기존 공장에서 사용 중인 타사의 대기오염·악취제거 기술 대비 칸퓨어의 제품이 CO₂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이 80% 이상 적었다. 또한, 미세먼지, 악취 제거율은 약 90%, 가스상 유해물질 저감 성능도 제거율 99%를 기록했다.

Q. 칸필터 제품이 친환경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친환경적인가

산업현장의 악취저감과 대기질 개선을 위해 사용돼 온 축열식 소각장치(RTO)는 유지·도입 비용이 매우 비싸고, 대량의 천연가스를 태우기 때문에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칸퓨어 제품은 친환경적인 방법을 유지하면서 대기오염 저감이 가능하다. 영업이 끝난 후 촉매 반응을 통해 영업시간 포집된 필터의 유증기와 미세먼지를 산화 분해하기 때문에 오염수도 나오지 않고,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CO₂ 배출도 훨씬 적다.

촉매반응으로 필터를 청소하는 칸퓨어의 필터는 오염수가 나오지 않고 CO2 배출도 훨신 적다. /자료제공=칸필터
촉매반응으로 필터를 청소하는 칸퓨어의 필터는 오염수가 나오지 않고 CO2 배출도 훨신 적다. /자료제공=칸필터

Q. 제품이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추진 중인 국외 사업은

현재 뉴욕시에서 식당 요리 매연 방지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칸필터는 뉴욕시 공식 요리매연 저감장치로 등록돼 있다. 나아가,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로스앤젤레스도 요리 매연 규제법을 추진하는 등 미국은 이미 요리 매연에 가장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가정용 프리미엄 공기청정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 요리 매연과 악취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칸필터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칸필터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가정용 프리미엄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외의 다양한 파트너와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Q. 칸필터의 3년 내 비전과 핵심 사업 계획은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는 칸퓨어 실외기 /사진제공=칸필터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는 칸퓨어 실외기 /사진제공=칸필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3·3 프로젝트다. 칸필터 제품으로 인류의 평균 수명을 3년 늘리고 지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 낮추자는 의미다. 칸필터 제품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대기오염 난제들을 해결하고 싶다.

우선 국내에서는 100% 완전 필터 멸균이 가능하고 악취 제거에 효과적인 우리 제품을 축사, 병원, 호텔, 쇼핑몰 등 공기질과 악취에 민감한 산업군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조리 중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칸필터 제품인 ‘칸퓨어 홈(Home)’이 개발 막바지에 있다. 기존 가정용 공기청정기들의 사용 설명서들을 보면 주방에서 조리할 땐 필터 수명을 위해 작동하지 말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칸퓨어는 조리 중 사용할 수 있으며, 최근 여성 폐암이나 급식노동자 산재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요리 매연을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도시 내 발생 미세먼지 발생원인 1위인 식당 발생 요리 매연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가 작년부터 공기청정기를 담당, 초중고 26곳에 처음 도입했는데 급식노동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매우 좋다.

Q. 신기술로 인해 어렵거나 곤란한 상황이 있다면

칸필터의 기술이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다 보니 겪는 불합리한 일들이 몇 가지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저감장치 설치가 의무다. 실제로, 여러 공장에서 우리 제품의 성능을 알아보고 우리 제품을 공장에 설치하고 싶다고 많이 찾아온다.

그런데, 저감장치 설치가 의무인 공장은 환경부에 등재된 기술을 사용한 제품만 설치할 수 있다. 혁신 기술이 등장해도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규제에 가로막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이 점에 대해선 다가오는 환경부 장관 간담회에서 직접 건의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내용 공기청정기의 에너지효율 측정법이 헤파(HEPA)필터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 공기청정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신기술을 사용하는 칸퓨어 제품과 기준이 맞지 않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혁신은 기존의 잣대를 벗어나기 마련이다.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맞춤형 평가방식을 도입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혁신 기술이 등장할 공간이 생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대곤 칸필터 대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인간안보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한대곤 칸필터 대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인간안보 분야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국내 환경 산업은 여전히 해외에서 개발한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데, 너무 아쉽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더 많은 혁신적인 환경 기술이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

칸필터의 기술이 K-팝, K-푸드와 같이 ‘K-환경기술’의 전환지점이 돼서 해외에서 기술 제휴를 위해 대한민국을 찾아오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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