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지정·해제 논리 넘어 
기후위기 연관성 우선 고려,
다양한 관리 방안 찾아야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손동찬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손동찬

[환경일보] 지난 2월, 정부는 ‘그린벨트’로도 알려진 개발제한구역의 대대적 해제를 예고했는데, 이에 대해 탄소중립 이행 관점에서 우려를 표하거나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곧 녹지와 습지의 감소, 즉 탄소흡수원의 감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법적 개념의 녹지와 동일하진 않지만, 탄소흡수에 있어 녹지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산림의 경우 2018년 기준 4560만t(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는데, 이는 당시 국가 총배출량의 6.3%에 달한다. 습지의 한 유형인 갯벌의 경우 2021년 기준 1300만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연간 26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했다.

정부가 탄소흡수원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년 4월 수립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부문별 중장기 감축 대책’에 ‘흡수원 부문’이 있고, 구체적으로 ‘흡수원의 양적·질적 확대를 통한 탄소 흡수량 증대’라는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재작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COP15)에서 여타 회원국들과 함께 2030년까지 지구의 30% 이상을 보호지역이나 OECM(자연공존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자고 선언한 바 있으며, 그 결과 이 선언을 골자로 한 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이 수립됐다.

이렇듯 여러 조치들을 통해 탄소흡수원 확충, 궁극적으로는 생태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녹지와 습지 확충을 선언해 온 만큼 이번 그린벨트 해제 예고에 정책 엇박자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모든 그린벨트가 녹지와 습지로만 이뤄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발된 후 비닐하우스나 창고가 들어서 방치되고, 결과적으로 환경을 오히려 더 훼손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대적 해제 예고 대상엔 기존 개발 허가를 불허해 온 1·2등급 구역, 현재 전체 그린벨트의 80%를 차지하며 녹지와 습지일 가능성이 높은 1·2등급 구역이 포함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판은 타당해 보인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통해 제시한 세 가지 목표는 ‘지역은 도약하고, 환경은 살리며, 기업은 투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조성’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목표인 환경보호가 나머지 두 목표에 비해 소홀히 대해진 면이 있다. 지역의 도약과 기업 투자 유치는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 크게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린벨트를 대하는 맥락을 포함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진 경제 관련 의제가 환경 관련 의제보다 우선시 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역대 그린벨트가 해제돼 온 목적이 주로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발 사업 추진이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

지역사회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영국의 한 그린벨트 구역 /사진출처=ADAS
지역사회 활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영국의 한 그린벨트 구역 /사진출처=ADAS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기후위기 심각성의 공감능력, 문제의식은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 소위 ‘캠핑족’이라 불리는 인구가 500만을 넘어섰고, ‘워케이션(workation, 회사가 아닌 도심 또는 지방 휴양공간, 특히 숲 속이나 바다 근처에 위치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에 일정 기간 머물며 일과 휴가를 동시에 즐기도록 하는 제도)’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 문제에 대한 공감과 문제의식이 사람들의 취향과 취미에도 영향을 미쳐 보다 친환경적인, 자연환경을 즐기는 방식의 여가생활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우선 그린벨트 관련 정책 결정 시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문제와의 연관성도 심각하게 고려해 주길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모두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시해야 하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지정과 해제의 논리를 넘어, 그린벨트와 관련해 더욱 다양한 논의를 형성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테지만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을 되레 ‘개발’함으로써 역시 그린벨트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러 지자체가 환경문화사업 일환으로 과거 군 부지 등이었던 개발제한구역을 생태공원, 자연체험시설, 캠핑장 등을 갖춘 문화시설로 재조성해 여가시설을 제공하고, 자연을 보전함과 동시에 자연보전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이러한 재조성 방향은 특히 앞서 언급된 것처럼 개발 후 관리 미흡으로 문제시되는 구역들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는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서울대학교 한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린벨트의 미래는 국가와 시민사회의 신뢰와 합리적인 정책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그린벨트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등 유럽 일부 국가의 경우 그린벨트를 레크리에이션 및 여가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여 오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그린벨트와 관련해 정부와 사회 모두가 단순한 지정과 해제의 논리를 넘어, 다양한 관리 및 활용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손동찬 dongchan127@gmail.com>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